패권의 대이동 - 세계사를 움직이는 부와 힘의 방정식
김대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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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대이동>, 김대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21


 

오늘 날 세계의 패권을 가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 의한 질서를 의미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라 지칭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이 대국굴기팍스 차이나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미국 패권에 도전하며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듯 하다. 물론 미국은 중국 제제와 견제를 통해 대등한 경쟁자로 상대하고 있지 않다. 당분간 미국의 패권은 유지될 것 같다.


 

다만 미국이 영원히 패권 국가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기에, 미국의 패권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다음은 어떤 국가가 패권 국가가 될 것인지, 어떤 계기로 패권의 변화가 생길 것인지 궁금하다.


 

<패권의 대이동>은 역사 속에 등장한 패권 국가의 흥망성쇠를 통해 패권을 거머쥔 원동력이 무엇인지 조명한다. 당시 패권 국가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신흥 국가에게 주어진 다양한 가능성 중 무엇을 선택했는지, 그로 인해 패권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밝힌다. 로마제국, 몽골제국도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이 책에서는 대항해시대 이후 시작된 패권 경쟁에 주목한다. 스페인제국, 네덜란드공화국, 대영제국, 미국이 대상이다.


 

스페인제국은 유럽 왕실과의 결혼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남아메리카 등 스페인 밖에서 자원을 수탈함으로써 부를 쌓아 16세기 패권국가로 등극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농민의 경제 잉여를 수탈하는 봉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80년간 이어진 네덜란드 독립전쟁으로 재정이 악화되어 패권을 네덜란드에게 넘겨주게 된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왕실 사이 결혼을 통해 영역을 크게 넓혔고, 해상 진출을 지원해 남아메리카에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스페인 정부가 후원한 모험가들이 유럽과 유럽 밖 세계를 이어 세계화를 앞당긴 덕분에 스페인은 최초의 세계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스페인제국은 기본적으로 강제력을 갖고 있는 귀족 집단이 농민으로부터 경제 잉여를 수탈하는 경제 체제, 즉 봉건제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런 만큼 스페인제국은 영토 확장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188~189)


 

스페인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는 농사를 짓기에 조건이 좋지 않아 전통적으로 상업과 어업이 발달했는데, 해상을 통한 중개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 패권국가로서 전성기를 구가한다. 네덜란드는 농업과 상업에서 경제 잉여를 확보하는 자본주의 모습을 갖추지만 여전히 봉건귀족에 기댄 자본주의로 귀족의 구매력 한계로 성장이 정체되어 새롭게 부상한 영국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네덜란드는 어업과 해운업, 상업에 바탕을 두고 효과적으로 전쟁 자금을 동원하며 군 사 개혁을 일궈낸 덕분에 당대 최강 스페인제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했다. 전쟁이 끝난 후 약 반세기 동안 네덜란드는 유럽의 창고가 되어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사치품을 유럽 시장에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봉건제에 바탕을 두고 있던 유럽 세계에서 기후 변화 때문에 농업 생산물이 줄고 사치품 수요도 크게 줄어들자 봉건 귀족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네덜란드 상업도 함께 쇠락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뿐 아니라 상업에서 경제 잉여를 확보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이 어느 정도 보이기는 했지만, 새로운 상업 네트워크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폭력에 의존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게다가 네덜란드가 가장 큰 이윤을 얻었던 원천은 봉건 세계에서 살아가는 유럽 지배층이었는데, 이들의 구매력이 무한정 확대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188~189)


 

영국은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든다.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급증하며 초기 자본주의가 갖춰지고, 식민지를 시장으로 이용하는 수평적 국제 분업 체계를 갖춘다. 말은 수평적이지만 노예무역과 플랜테이션 농업에 의존한 전형적인 식민지 수탈 체계다. 이런 영국도 대략 1세기 남짓 패권을 유지하다 20세기에 접어들어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영국은 넓고 깊은 국내 시장과 식민지를 바탕으로 농업과 상업을 진작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자본 투자로 생산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결과, ‘팍스 브리타니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189)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자본주의, 특히 산업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몇몇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기술과 자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생산력이 19세기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가장 먼저 승리한 나라가 바로 영국이었다.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은, 바다를 누비며 상업제국을 건설한 네덜란드와 다른 길을 걸으며 산업 제국으로 우뚝 섰다.(151~152)


 

영국의 전략을 역사가들은 자유 무역 제국주의라고 부른다. 핵심은 공식 지배보다는 비공식적인 영향력 확대를 선호하되, 특히 영국과 자유롭게 무역하면서 이익을 얻는 토착엘리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영국 제품을 파는 시장을 만들고 영국 자본이 자유롭게 진출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영국은 1840년대부터 몇십 년 동안 중국과 남아메리카, 오스만제국,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마치 식민지처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171~172)


 

영국이 제조업과 상업을 바탕으로 국력을 쌓았다면 미국은 제조업과 상업은 물론 농업도 크게 성장하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원동력이 된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은 자국 수요량을 능가하는 생산력을 보유하고, 새롭게 등장한 공산주의와의 냉전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미국 경제의 발전은 ()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공업 부문이 빠르게 성장했던 데 힘입었을 뿐만 아니라 농업 부분의 발전도 동반했다. () 상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바뀌면서 패권을 장악한 영국과 달리 제조업과 상업뿐만 아니라 농업도 갖춘, 다시 말해 농업, 상업, 산업 제국의 잠재력을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229~230)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국내 시장 수요만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없는 생산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전쟁이 끝난 후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장악하게 되지만, 이런 패권에서 이익을 거두려면 전 세계를 무대로 미국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반드시 필요했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소련이 도모하던 공산주의 세력 확대에 맞서 냉전이라는 새로운 갈등에 돌입한 점도 미국의 전후 구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263)


 

미국이 주도한 새로운 수직적 국제 분업 구조는 아주 효과적으로 작동해 전후 자본주의 세계에 대호황을 가져다주었다. 대략 1950년 무렵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는 19세기 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성장을 경험했다.(271)


 

 

미국 이후에는 어떤 국가가 패권국가 될 것인가? 미국은 언제까지 패권을 유지할 것인 것? 아직은 누구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과거의 패권 국가 역사를 통해 어떻게 해야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다. 과거의 방식만을 쫓아서는 결코 패권을 거머쥘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 패권국가가 여전히 기존 방식에 의존한 개선에 머물러 있을 때, 신흥 국가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국가가 패권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벤치마킹으로는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 1등을 따라하기는 쉽지만 룰을 만드는 1등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1등이 만든 룰에서 벗어나야 1등을 넘을 수 있다.


 

혁신 문화를 강조하는 까닭은 애초에 우리나라가 패권을 목표로 삼을 만한 물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구도 아주 많다고 할 수 없고, 영토도 좁은 데다가 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그러니 미국이나 중국처럼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나라와 경쟁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권의 역사는 겉으로 드러나는 영토나 군사력 같은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295~206)


 

미국 이후의 패권 국가는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 있더라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인류 앞에 놓인 기후 위기는 인류가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공멸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패권도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어쩌면 각국의 패권 경쟁이 인류 공멸 위험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 기술과 문명의 발달은 인류를 기근으로부터 구원했고, 경제 성장은 인류 생존을 보장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시대에 구축된 자원 수탈 자본주의가 기후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자원 복원, 자원 비의존 경제가 패권을 쥐게 되지 않을까 싶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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