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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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arte, 2021


 

이가라시 데쓰야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히가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선생님 말씀을 지키고자 어둡고 음침하며 친구가 한 명도 없는 히가와 함께 하시구치 다쿠토의 집에 놀러간다. 2층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리고,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하시구치의 일찍 죽은 여동생의 원혼일 것이라 한다. 그리고 2주후 하시구치 가족은 야반도주하듯 떠나고 집은 폐가로 방치된다.


 

중학교에 올라간 데쓰야와 히가는 요시나가 준과 소마 이사오와 함께 지금은 유령의 집이라 소문이 난 하시구치의 집으로 간다. 데쓰야와 히가는 예전에 방문했던 기억 때문에 두렵지만 겁쟁이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함께한다. 집안에 가득 쌓여 있는 모랫바닥을 지나 창고에 들어서자 히가와 준, 이사오가 이상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복도를 향해 대꾸하는 히가, 이사오는 구역질을 하고 토사물을 토해낸다. 준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난폭하게 소리지른다.


 

가까스로 집에서 나온 네 명의 삶은 이전과 달라진다. 준과 이사오는 사고로 죽는다. 어둡고 음침했던 히가는 이전보다 활기차게 변한다. 데쓰야는 머리 속에서 계속 모래 소리가 들려 집밖에 나가지도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지낸다. 그러던 중 13년만에 히가가 찾아온다. 유령의 집에 있는 유령을 잡자고 제안한다.


 

간사이 지방 출신 요시자키 가호는 남편 유다이와 함께 도쿄로 이사한다. 아이를 가질 계획에 도쿄에서 일을 구하지 않고 집을 지키는가호는 남편이 매일 야근을 하면서 홀로 집에 고립되었다. 도쿄 번화가를 나가도 금방 시들해지고’,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어서 걷기만 해도 온몸이 피곤한 가호는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히라이와 도시아키를 만난다. 도시아키는 가호에게 남편과 함께 집으로 놀러오라고 초대한다. 남편은 여전히 야근이 많아 가호 혼자 도시아키의 집에 방문한다.


 

새집의 새 마룻바닥에 희미하게 모래가 쌓여있고, ‘쾅 하는 소리, 울음소리등이 들린다. 도시와 그의 아내 아즈사는 모래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모래가 전혀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래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 이상해 만나지 않으려 하고, 남편 유다이도 이상한 집이라며 절대 가지 말라고 하지만 결혼반지를 두고와 다시 그 집을 향한다.


 

계단 구석에도 모래가 쌓여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다. 높다랗게 쌓였던 모래가 실제로 눈앞에서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이건 틀림없이 현실의 모래다. 하지만 손으로 만져서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38~39)


 

<시시리바의 집>은 이상하다. 집안 곳곳에는 모래가 쌓여 있지만 그집에 사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손님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모래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상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TV 드라마 속의 가족은 정상 가족’,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이라는 판타지를 심어주곤 한다. <시시리바의 집>은 정상 가족, 화목한 가족이라는 판타지가 누군가에게는 억압이자 고통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 밖에는 비정상 가족이 있을 수밖에 없고,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다. 세상에는 그저 다양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시시리바의 집>을 통해 가족을 바라보는 내 안의 편견과도 마주하게 된다.


 

아즈사는 도시를 용서한 게 아니다. 문제를 뒤로 미룬 것도 아니다. 앞으로 평생에 걸쳐 갚으라고 한 것이다. 시간을 들여 해결하자는 말은 그런 뜻이다. 내가 그녀를 무섭다고 느낀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남편을 시험하듯이 단어를 고른 것도……(60)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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