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 맛의 멋을 찾아 떠나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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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문정훈 글, 장준우 사진, 상상출판, 2021


오늘 아침 내가 먹은 음식의 재료를 누가 어떻게 키웠는지 모른다.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경우와 모르는 경우는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모든 농부가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 흘리며 자식과 같은 심정으로 농산물을 키운다는 것을 알지만, 그 농부가 아는 사람이라면 허투루 남겨서 버릴 수가 없다. 더 맛있는 것은 물론 더 건강한 음식이라 느껴진다. 플라세보 효과도 있으니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얼굴 있는 생산자요리사를 찾기 위한 여행기이다. 스페인의 시골에서 그 지방 고유의 식재료를 키우고, 식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스페인 북쪽 바스크를 시작으로 대서양과 접해있는 깐따브리아, 이스투리아스를 거쳐 남쪽으로 레온, 엑스뜨레마두라, 안달루시아의 지중해까지 스페인을 종단한다.

스페인 음식이라고는 이베리코, 하몬, 빠에야 정도밖에 몰랐으나,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 진짜스페인 음식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리적 표시 농산물과 식품의 품질을 지키고, 재래 품종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이에 비싼 가격이라도 품질을 믿고 소비하는 스페인 소비자를 보면서 같은 품질이라면 보다 싼 것을 찾는 나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효율화된 농식품 산업 시스템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의 소비는 동물 복지와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작디작은 멸치 필레를 하나씩 핀셋과 작은 면도날, 가위로 다듬고 있었다. 곰곰이 봤더니 멸치 필레를 정교하게 포를 떴다. 비늘, 지느러미, 뼈를 제거하고 다듬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게 아닌가. 기계 작업이 아니라 전부 수작업이었다고? 게다가 캔 안에 줄을 맞춰서 넣는 것도 전부 수작업이었다. 호세는 제품 원가의 80%가 인건비라고 했다. 숙련된 직원은 1시간당 캔 8개 분량의 멸치를 작업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면 1인이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최대 64캔에 불과하다.(91)


EU의 고품질 농산물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도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을 보며,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도는 지리적 표시라는 외형보다는 농산물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국내에서도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리적 표시 외에도 지역농산물을 공동 브랜드화 하고 있어 원산지 표시외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품질이라는 내용보다 지리적 표시라는 외형에 치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라 베라 지역에서 생산한 고추를 사용하고 라 베라 지역 전통 방식으로 라 베라 지역에서 건조, 제조해야 피멘톤에 라 베라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다. 이런 요건을 따르지 않으면서 라 베라를 붙이면 어마어마한 벌금과 처벌을 받게 된다.(190)


데에사에서 베요타 등급의 이베리코 돼지를 기르려면 까다로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베리코 돼지 한 마리당 대략 2ha의 데에사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목하여 기르려면 데에사가 아주 넓어야 한다. 한 변이 200m에 다른 한 변이 100m인 크기다. 1.4ha인 잠실구장에서는 돼지를 한 마리밖에 못 키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2ha의 땅에서 살고 있는 돼지 한 마리를 위해 도토리나무, 과일나무, 올리브나무 등 열매가 열리는 나무 60그루가 확보되어야 한다. 굉장하지 않은가? 베요타 등급의 이베리코 돼지 100마리를 키우려면 최소 200ha 이상의 데에사에 6,000그루의 열매 나무가 필요하다.(206)


물론 고품질의 농산물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사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넉넉치 못한 지갑으로는 비싼 가격의 고품질 농산물을 선뜻 구매할 수 없음도 안다. 다만 생산지를 알리는 원산지 표시 제도, 지역농산물 공동브랜드와 달리 지리적 표시제도는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키기 위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었으면 싶었다. 그래야 고품질 농산물의 하향 평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는 식재료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도 바로 잡아 준다. 고추, 피망, 파프리카는 어원 상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망과 파프리카는 모양이 같지만 초록색은 피망으로 노랑, 주황, 빨강색은 파프리카라고 부르지만 피망은 프랑스어이고, 파프리카는 독일 등 동유럽어로 뜻은 고추를 의미한다고 한다.


피멘톤은 스페인 고춧가루다. 즉 고추농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페인어로 피미엔토(Pimiento)는 피망 고추를 의미한다. 피멘톤은 피미엔토를 가루로 낸 것이다. 피미엔토를 프랑스어로는 피망(piment)이라고 하며, 독일, 헝가리 등의 동유럽에서는 파프리카(Paprika)라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 영어로 페퍼(Peper)가 되었다. 스페인에서는 피미엔토 중에서 작고 매운 고추를 칠레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이를 칠리라고 한다. 한국에서 피망은 초록색, 파프리카는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을 주로 지칭한다. 위의 어원들을 보면 우리 나름대로 괴이하게 사용하는 것이다.(190)


아직 코로나19 펜데믹이 종식되지 않아 스페인 시골을 누빌 수 없어 아쉽지만, 국내 스페인 음식 전문점을 찾아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 알게 된 스페인 음식을 오감으로 경험하며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스페인 음식을 경험하고 싶거나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를 통해서 사전 지식을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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