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arte, 2021


가족에게 닥친 불행한 소식은 발생 가능성만으로도 바로 알려야 할까? 아니면 보다 명확해지면 이야기해야 할까? 만일 일생일대의 꿈을 이뤄 행복해야 할 순간에 함께 찾아온 불행한 소식을 나만 알고 있다면 행복한 순간을 깨더라도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게 해야 할까?


B. A. 패리스의 장편소설 <딜레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올리비아가 열일곱 살에 조시를 임신한다. 올리비아의 친가에서는 올리비아와 애덤을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 부모 없이 결혼식을 치른다. 원가정에서 버림받았다 생각한 올리비아는 마흔 살 생일에는 지인 100명을 초대해 파티를 하는 게 꿈이다. 아들 조시에 이어 딸 마니까지 낳은 올리비아와 애덤은 신혼 초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아의 마흔 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마니는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시험기간이 미뤄지며 엄마 올리비아의 마흔 살 생일에 집으로 돌아오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자 아빠 애덤과 함께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엄마 몰래 귀국해 생일 파티에 나타나는 것이다. 홍콩에서 이집트 카이로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영국 런던으로 오는 비행기편을 이용하기로 한다.


파티 당일 애덤은 파티준비로 여념이 없는 가운데 뉴스 속보를 접한다. 카이로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행 비행기가 이륙 직후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다. 마니가 보낸 비행기편 시간을 확인하니, 추락한 비행기는 마니가 타기로 한 비행기다. 마니의 탑승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내의 일생 일대의 꿈인 마흔 살 생일파티를 중단해야 할지 고민한다. 만일 탑승하지 않았다면 파티를 망치는 꼴이 되고, 탑승했다면 절망할 것임을 알기에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 덕분에 저는 제 꿈을 이룬 거예요.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남편은 제게 꿈을 포기하라는 말도,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거나 어리석다거나 이기적이라거나 터무니없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남편으로서 충분히 했을 만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항상 저를 격려하고 지지하고 옹호해주었어요.(259)


올리비아도 남편 애덤에게 할 말이 있다. 딸 마니와 관련된 일인데, 파티 전에 이야기를 해야 할지 파티가 끝난 후 이야기할지 고민한다. 딸에 대한 배신감으로 남편이 절망할 것을 걱정하며 파티 후에 이야기하기로 결정한다.


속 좁은 생각인 건 나도 안다. 사실 그런 생각은 그 힘들던 시간을 떠올릴 때만 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게, 걱정으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게 어떤 건지 남편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게 어떤 건지.(114)


올리비아와 애덤이 서로에게 말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거듭될수록 답답함도 커진다. 왜 말을 하지 못할까 싶으면서도 나 역시도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면 내가 느낀 답답함을 고스란히 고통이 될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서로에게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말은 새로운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오해를 낳기도 한다. 가족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행복하게 하기 위해 미루어 짐작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또 가족을 행복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희생이 가족의 행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희생은 내 기준에서의 희생일 뿐이라 다른 가족 구성원 기준에서 행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 간에 생긴 오해와 갈등으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나를 도와줄 사람도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우린 네가 혼자 이 일을 감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괜찮을 거야. 네가 잘 극복하게 엄마랑 내가 도와줄게. 우리가 도와줄게.”(347)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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