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심인보.김경래 지음 / 뉴스타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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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심인보/김경래 지음, 뉴스타파, 2021


불철주야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고자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 개개인과 사회 및 국가를 보호하는 검사가 많다는 것을 안다. 검찰의 사명에 충실한 검사가 많다는 것을 안다.


검찰의 사명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검찰은 국가기강을 확립하고,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함으로써 사회질서를 확립합니다.
검찰은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고, 거악을 척결하여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부패를 척결합니다.
검찰은 범죄로 인한 사회적 약자의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회복하는 등 약자를 보호합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 적법절차 준수, 승복하는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합니다.
(
검찰 누리집)

https://www.spo.go.kr/site/spo/08/10801000000002018100812.jsp


당뇨로 괴사된 부위를 잘라내지 않으면 몸 전체로 퍼져나가 듯, 스스로 잘라내지 못한 불법과 부정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검사도 사람인지라 각종 유혹에 굴복해 죄를 지을 수 있다. 죄를 지었다면 법과 절차에 따라 처벌받고 재발하지 않도록 교화하는 것이 상식이라 믿는다. 그런데 상식이 흔들린다.


<죄수와 검사>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2019812일부터 2021311일까지 기획 보도한 죄수와 검사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시즌 1에서는 재벌이 된 전관 변호사와 기업사냥꾼, 검찰의 유착 의혹을 다루고, 시즌 2는 한명숙 사건에서 검찰의 모해위증교사의혹을 다룬다. 시즌 3은 검찰 특수부와 1조 사기범의 삼각 거래에 대해 다룬다.

https://newstapa.org/tags/%EC%A3%84%EC%88%98%EC%99%80%EA%B2%80%EC%82%AC


수사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독점. 모두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검찰에 부여한 독점적 권한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권한만 키우고 나쁜 놈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 무소불위의 검찰권. 검사는 나쁜 놈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도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인류가 합의하고 발전시켜온 법치주의의 핵심이다.(369)


죄수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사건을 제보 받고, 수사하는 것을 넘어, 재판에서 위증하도록 교사했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1조원 대의 사기범의 편의를 봐주고 자신의 형량을 낮추고자 또 다른 사기를 기획하는 일에 검사실에서 모의되었을 것이란 의혹은 검찰이 뭐하는 기관인가 싶어진다. 대한민국 검찰의 치부이자, 이러한 검찰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주권자의 치부이다.


박수종 변호사가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에서 한 일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1) 김형준이 내연녀에게 줄 돈 천만 원을 빌려줬고, 2) 김형준의 내연녀가 일하던 술집에 드나들며 김형준에게 회당 수십만 원어치의 술을 사줬다. 3) 일이 터지고 난 뒤 김형준이 죄수 K에게 돈을 갚을 때는 돈 심부름을 했고, 4) 김형준의 내연녀를 찾아가 입단속을 시켰다. 5) 이른바 셀프 고소작전을 기획했고, 6) 죄수 K의 언론 제보를 막기 위해 현직 검사 손영배를 끌어들였다. 7) 언론 제보를 막기 위한 뒷거래 비용으로 죄수 K에게 2천만 원을 보냈고 8) 죄수 K와 연락하여 언론 제보를 취소하도록 설득했다. 9) 한때 자신의 의뢰인이던 죄수 K가 체포되도록 죄수 K의 차명 전화 번호를 검찰에 제공했다.(70)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 오가며 금융 시장의 최정점에 오른 유준원과 그의 친구 박수종, 검찰은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이 연루됐던 여러 차례의 금융 범죄에서 그들을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M&A 시장에서 수십 년 일했던 한 전문가는 검찰이 일부러 눈감아 준다는 게 이미 업계에는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137)


애초 우리가 유준원과 박수종 두 사람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던 것은 두 사람의 범죄를 드러내 처벌하지는 취지에 국한하지 않았다. 그동안 자본시장을 어지럽혀 온 두 사람의 금융 범죄가 왜 견제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는지 그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들의 범죄가 묵인되어온 정황으로 볼 때 그 구조의 핵심은 금융 시장과 법조 시장의 유착과 공생관계일 것이다. 유준원과 박수종은 두드러지게 드러난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구조의 본질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드러난 꼬리 두 개만 잘랐을 뿐이다. 우리는 검찰 역시 그 구조의 일부라는 애초의 의심을 거두어야 할 이유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의심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159)


검찰의 출세 코스인 특수부, 인지수사의 부담, 범죄 정보의 보고인 구치소, 절박한 죄수들, 그리고 죄수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검사의 막강한 권한. 이 모든 조건이 합쳐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검찰 특수부의 하수도에는 오수가 흐르게 되고 그 자양분을 먹고 자라난 독초에서는 썩은 꽃이 피게 된다.(166)


출정은 사건 거래의 대가로 검사가 죄수에게 줄 수 있는 것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검사가 죄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바로 기소 재량권을 이용한 봐주기’, 어쩌면 이것이 사각 거래의 원형에 가까울 것이다. () 검찰 출신인 이연주 변호사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증거가 다 있는데 무협의를 해주고, 참고인 중지를 해주는 일도 있다. 검사들이 항상 하는 짓이다라고 말했다.(221)


옛날처럼 고문하고 잠 안 재우고 윽박지르는 방법이 아니다. 검사와 죄수가 이심전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서로가 서로를 유도한다. 검사와 죄수는 이때 한 몸이 된다. 검사가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타당성, 신빙성을 판단할 거라는 당위는 환상에 가깝다. (281)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뉴스타파의 죄수와 검사시리즈는 여기서 끝이길 기대하지만, 스스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못하는 검찰 조직이 있는 한 계속 접하게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써 제기능을 하길 기대한다면 <죄수와 검사>는 꼭 일어보길 권한다. 뉴스타파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보기도 가능하니 함께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검찰이 되길 기대한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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