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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놀, 2021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죠?
이 행성 안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죠?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뭐죠?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받았음직한 질문이다.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대답하기에는 쉽지 않은 질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많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나만 골라야 하고, 제일 좋아하는 이유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열두 살 소녀 코요테가 아빠 로데오와 함께 스쿨버스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56인승 스쿨버스를
개조한 캠핑카 ‘예커’는 코요테와 로데오의 집이자, 모험을 위한 롤러코스터이다.
코요테와 로데오는 여행을 출발하며 새롭게 지은 이름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엄마와 언니, 동생을 떠올릴 수 있는 집과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위한 모험을 떠난다. 가족의 이름과 예전의 이름을 부르는
등 과거를 떠올리는 것을 금기의 규칙으로 정한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면 돼. 돌아보지 말고.”(15쪽)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무 소용 없는
일이야, 코요테.(…) 안 돼, 아가. 거기로 돌아가지 마. 네
행복은 여기, 지금에 있어. 예전 일은 다 잊어야 해.’ 하지만 나는 로데오처럼 할 수 없었다. 감추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 금지된 추억을 몰래 꺼내보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72쪽)
코요테와 로데오는 여행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지만 사정 상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커’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한다. 다만 탑승을 위해서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 가장 좋아하는 장소,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물리적 장소를 이야기할 듯 하지만, 예커에 탑승한 사람들은 장소와
함께 추억을 이야기한다. 친척들과 함께 물놀이, 불꽃놀이
하던 해변을 떠올린 ‘레스터’,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곳이라면
어떤 부엌이라도 좋다고 대답한 ‘베가 부인’, 그런 엄마
있는 곳이면 다 좋다는 ‘살바도르’
5년 여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코요테는 할머니와의 통화한다. 할머니를 통해 집 앞 공원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제 코요테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깨닫는다. 5년 전 교통사고가 나기 5일
전에 엄마와 언니, 동생과 함께 서로에게 사랑하는 이유를 적고, 추억이
담긴 물건을 담아 ‘추억 상자’를 만들어 집 앞 공원에 묻었다. 십 년 후 다 같이 모여 꺼내 보기로 했는데, 5년 만에 공원이
개발되면서 철거된다는 것이다.
과거를 잊고 새출발하기로 한 아빠와의 약속과 10년 후 ‘추억 상자’를 꺼내 보기로 한 엄마와의 약속에서, 코요테 아니 ‘엘라’는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추억이 담긴 ‘추억 상자’를 지키기로 결정한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아빠 모르게 집으로
돌아가는 ‘엘라’의 비밀 어정이 시작된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에서
‘예커’ 탑승을 위해 던진 세 가지 질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에서 ‘질문하는 사람’은
나의 진실한 동료가 될 수 있다(267쪽)고 했다. 우리의 뇌는 ‘나’라는
인식을 확장해 ‘가족’, ‘친구’, ‘인간’ 등 확장된 개념으로 ‘나’를 인식할 수 있고, 확장된 나에 속한 사람들을 나와 같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코요테와 로데오가 던진 ‘질문’은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확장된 나로 포용하기 위한 질문인 것이다.
진실한 동료를 어떻게 알아볼까?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이다. 그가 질문한다는
것은 자신의 뇌 속에 나와 관련된 정보를 넣고 싶다는 뜻이다. 칭찬만 하는 사람은 거의 99퍼센트 내게 얻을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에게
줄 것이 남아 있는 사람은 언제나 질문한다.
- 김대식,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267쪽)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삶의 활력을 얻는 보상이 커 평생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이야기하긴 쉽지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 또한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아무나’ 그 사람을 사랑할 이유가 아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할 이유를 답해야 한다는 코요테의 지적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불성실한 표현에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았다.
“태미는 웃는 게 굉장해.”(…) “꼭 음악 소리 같아. 또 태미는 거의 늘 밝아. 그렇지 않을 때는 빨리 분위기를 바꾸거든.”(…) “그리고 누군가 우울해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기운을 북돋워주지.”(…) “그게 내가 사랑하는 태미의 좋은 점이야.”
(…)
“아무나 태미를 사랑할 이유밖에 안
되잖아요. 아니, 나도 태미를 만나면 그래서 사랑할지도 모르죠. 레스터가 태미를 사랑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요.”(92쪽)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어느 날 밤 작가의 머리를 스친 우울한 공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딸과 둘이 집에 있는데, 만약 나머지
가족이 귀갓길에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아이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무너진 인생을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소설이라 한다.
내 인생의 여정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을 위해 목적지로 가고 있는지, 그 목적지로 가는 여정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사람을 통해 상처받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내며 실의에 빠지지만, 결국은 사람을 통해 위로 받고, 사람과 함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확고하게 해준다. 희망은 담배꽁초처럼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나 있다고 믿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혼자 짊어지는 대신, 레스터와 살바도르가 비밀을 함께 지켜주기로 하니 마음이 백만 킬로그램쯤 가벼워졌다.
가끔 누군가를 믿는 건 가장 두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완전 혼자인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덜 두렵다.(172쪽)
희망이란 꼭 주차장 담배꽁초와 비슷하다-열심히 찾아보면 항상 있다.(260쪽)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