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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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김현지 지음, 다산북스, 2021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는 현직 의사의 노동기이자 분투기이며, ‘정책하는 의사로써 이상적인 보건의료정책제안서이다. 저자가 의과대학, 인턴, 전공의 과정에서, 그리고 전문의가 된 후 요양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든 고뇌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현실을 지적하며,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한 보건의료정책도 제안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비단 통증만이 아니었다. 내 몸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가족들에게 정서적,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죄책감, 식사를 잘 하지 못하거나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환자가 겪는 괴로움은 슬플 만큼 다양하고, 이런 괴로움은 현대 의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69)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 일상을 죽음을 염두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주변 지인의 부고를 접할 때,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망각하며 살아간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를 통해 건강 관리에 소홀했던 지난 날을 자책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고뇌, 후회는 관리에 소홀한 나의 미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를 통해 우리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2017년 도입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기계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할지 말지를 본인이 사전에 의사표시하고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지정된 기관에서 제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사는 동안 잘 사는 것(Well-being)이 중요한 만큼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에는 잘 죽는 것(Well-dying)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죽음과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결정이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길이다.(44)


말기 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환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일상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더 값지게 쓰는 방법을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설계해나가는 것, 그것이 환자를 위한 치료이다.(29)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방향의 전환일 뿐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줌과 동시에 정서적 안녕을 도모하는 또 다른 종류의 치료다.(33)


20178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의료연명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55)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의료 선진국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은 무척 안타까웠다. 2016년 전북 전주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두 살배기 아이는 주변 13곳의 병원에서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고, 200km 떨어진 아주대병원까지 이송되었으나 12시간만에 숨을 거둔다.


이 내용만으로는 13곳의 병원이 부도덕하고 생명을 경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소아외상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기에 아이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소아외상 의사는 전국에 30명이고, 전국 13곳에 설치된 권역외상센터에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42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도 성인 중환자실과 신생아 중환자실은 있으나 소아 중환자실은 11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유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성인, 신생아 중환자실은 포함되어 있지만, 소아 중환자실은 기준에 없기 때문이라 한다. 소아는 성인과 달라서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르게 진료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행정의 인식은 소아를 작은 성인으로 인식하기에 별도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소아란 출생 직후의 신생아부터 만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가리킨다. 미국 최고의 소아병원으로 꼽히는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 입구에는 어린이는 작은 어름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소아는 단순히 성인의 신체를 축소한 존재가 아니며, 따라서 소아 환자에게는 연령, 체형, 생리적 특수성 등을 고려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말이다.(123)


지금도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 지정 기준에는 소아 환자가 없고, 상급종합벼원에는 소아 중환자실이 없다. 이는 소아 환자의 건강을 정확히 겨누어 위협한다.(129)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며 온갖 대책을 내놓으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건 왜 알지 못할까. 기껏 태어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질병이나 사고로 죽어버린다면 그보다 허탈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130)


건강은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질병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은 살릴 수 있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건 사회의 몫이다. 질병과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나의 웰 다잉을 위해서라도 인간미 넘치는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To Cure sometimes, to relieve often, to comfort always’()
때때로 치료하고, 자주 안도시키고, 언제나 편안하게 하라.’(30)


아플 때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동네 주치의가 있고, 필요하다면 시기적절하게 큰 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검사나 치료는 받을 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서 의료진이나 병원도 경영상 적자에 대한 걱정 없이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가릴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이것이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이다. 모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실현하기에는 아직까지 한없이 어려운 이상.(346)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350)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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