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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다산책방, 2021
30년 전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신부. 페이스북에서 신부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찾아 메시지를 보낸다. 2년에
걸쳐 세 번째 보낸 메시지에 답장이 온다. 옛 신부가 맞다. 메시지를
통해 이들이 처음 만났던 대학 연극동아리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연애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주고 받는다. 현재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남자는 신부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지만, 신부는
이야기하길 주저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남자는
그 이후 십 여년을 악몽에 시달리며 살았음을 고백한다. 여자는 남자로 인해 인생이 산산조각 났다는 생각에
원망했다고 이야기한다.
30년 전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관계가 단절되었지만, 다시금 옛 사랑을 추억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어 페이스북
메시지는 ‘추억의 러브레터’처럼 보였다. <기묘한 러브레터>란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남자는 여자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여자도 남자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남자가 이야기하는 여자의 비밀도 놀라웠지만, 여자가 이야기하는 남자의 비밀은 더욱 놀라웠다. 결국 마지막 장을
펼쳐 읽고 나서는 다시 첫 장부터 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묘한 러브레터’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병은 그냥 병이에요. 벌을 받는다는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 같네요. 만일 병이 벌이라고 한다면 모든 환자는 벌을 받은 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병에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118쪽)
남자의 메시지와 여자의 메시지는 각각 남자의 관점과 여자의 관점이 담겨있다. 하나의 사실에 두 개의 진실이 담겨 있듯,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마지막 장을 ‘펼쳐’ 읽을 때까지 어떤 결말도 섣불리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 <기묘한
러브레터>를 통해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내가 가진 무의식적 편견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