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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다산북스, 2021
옷이나 신발은 기성제품보다는 맞춤제작된 것이 불편함이 없다. 맞춤제작의
편안함과 기성제품의 저렴함 사이에서의 갈등은 대체로 ‘가성비’가
높다는 이유로 기성제품을 고르는 것으로 결론난다. 맞춤제작의 편안함에 ‘의미’까지 더한다면 조금더 갈등하겠지만, 의미의 대가로 품질을 양보한다면 역시 기성제품의 ‘가성비’를 넘지 못한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사서 얼마 신지도 못하고 신발장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버린 경우가 많다. 시착할 때는 편안했는데, 몇일 신고보니 뒷굼치 압박이 심해 못 신은
경우도 있고, 발등이 높은 편이라 발등을 압박해 못 신은 경우도 있다.
맞춤구두도 신었으나,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져 결국 다소 사이즈가 큰 기성화를 신었다.
맞춤제작의 편안함에 ‘의미’를
더하고, ‘스토리’를 더하면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기성제품의
‘가성비’를 넘을 수 있고,
거기에 ‘품질’까지 더한다면 기성제품과 저울질할
일은 없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꿈꾸는 구둣방>은
맞춤 수제구두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의 경영스토리를 전한다. 맞춤제작의 편안함에 ‘의미’를 더하고, ‘품질’과 ‘스토리’를 더하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물건이란 ‘의미’ 이전에 ‘품질’로 팔아야 한다.(73쪽)
고객들은 이(리콜) 결정을 두고, 품질에
대한 비난 대신 박수를 보내며 오히려 지지해주었다. 아지오 구두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을, 그들 역시 이해하기 때문아니었을까. 때로는 실수도 생기지만 아지오라면
끝까지 책임지고 꼭 맞는 구두를 안겨주리라는 것을 믿은 것이 아니었을까. 더 느려도, 가장 트렌디하지 않아도 인간의 손길에 더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아지오의 고객이다. 그러므로 ‘정직하게 구두를 만들어 판다’는 원칙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아지오의 경쟁력이다.(201쪽)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 풍경이 만드는 구두 브랜드 ‘아지오’는 2017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은 것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며 일약 ‘대통령의 구두’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만든 구두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아지오’가 폐업한 상태라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사진 한 장이 발단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의 잔뜩 낡은 신발 밑창. 사람들은 대통령의 검소함을 칭찬하는 한편, 대체 무슨 신발이기에 저렇게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나 궁금해했다. 뒤이어
나온 기사에서 그 신발이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아지오의 구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지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었다.(115쪽)
<꿈꾸는 구둣방>은
시각장애인인 유석영 대표가 ‘아지오’를 창업하기까지의 과정과
40여 년을 구두를 만든 안승문 공장장이 ‘아지오’에 합류해 청각장애인들에게 구두 제작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청각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아지오’ 구두를 만들었지만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는 편견을 넘지 못하고 창업 3년 여만에 폐업한 이야기와 2017년 ‘대통령 구두’로 알려지며 주변의 격려와 도움으로 재창업하고, 다시금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각장애인 유석영’,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고 말하면 장애인이
될 것이고, 장애인에게 방송인이라고 말하면 방송인이 될 것이다. 장애는
그 사람을 규정하는 정체성이 될 수 없다. 그 사람을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못한다.(27쪽)
일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보다 사회의 일부가 되어 동료들과 어울리고 월급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일은 그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일상을 가져다주었고 자연스러운 소속감을 주었다.(31쪽)
안승문은 결심은 굳혔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인지 몰라도 내 앞에 놓은 게 이 길이라면 한번 걸어가보자고, 나중에 가서 후회할지언정 한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먹고살기
위해 구두를 만드는 거라면 지금까지 원 없이 해왔으니, 앞으로도 구두를 만들어야 한다면 다른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44쪽)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소비에 신중해지고 대량생산과 기계화에 지쳐 다시 사람의 손길이 깃든 물건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 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지오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216~217쪽)
‘아지오’의
창업과 실패, 재창업의 과정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기회를 줄 것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을 창업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선한 의도만으로는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일깨우고, 소비자에겐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의 의미를 일깨운다. 소비자로써 ‘윤리적 소비’와 ‘호갱’의 중간쯤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아지오’의 스토리는 윤리적 소비에 호갱은 없다는 믿음을 심어 준다.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패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의
실패와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면 누군가는 실패하지 않고도 실패의 원인을 알고 그것을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교훈과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실패담은 성공담만큼, 아니 어쩌면 성공담보다 귀하다고, 그러므로 누군가는 실패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221쪽)
유석영은 자신 같은 아마추어가 시장에
뛰어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소비자의 시선에서 제품을 바라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제품의 결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너무 까다로운 소비자’라며 쉽게 치부하진 않았을까.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를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 소비자를 설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설득당해보기도 해야 한다고, 그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77쪽)
사회적 기업일수록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그 이상을 구체화시킬 방안이 보인다. 감성과 이성,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노련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바로 ‘사업’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하는 건 어렵다.(81쪽)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