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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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arte, 2021


 

현실이란 잔혹한 것이다. 큰 병도, 사고도, 천재지변도, 언제 자신의 신변에 닥칠지 알 수 없다. 모든 것에 대비하려고 하면 기우가 되겠지만, 예비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만일의 경우에 혼란을 피할 수 있다.(42)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하필이면 왜 나에게란 의문이 들곤 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고민에 빠진다. ‘큰 병도, 사고도, 천재지변도언제 나에게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도, 현실이 되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인간에 맞지 않는>에서 미하루는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는 아들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방에만 있던 아들은 눈에 띄지 않고, 강아지 크기의 이상한 생김새의 벌레를 발견한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에 당황하지만 이내 벌레가 자신의 아들임을 눈치챈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으로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이라 불리는 청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며, 누구는 벌레로, 누구는 동물로, 식물로 변하는데, 왜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이자가 늘고, 대상도 청년층에서 모든 세대로 확산된다.


 

가족이 변이자에 대해서 품고 있는 감정이란, 이미 살의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가지고 있는 건 문제의 대상을 떼어내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질려 있는 마음, 자기 인생에 방해가 되는 원흉을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인권을 빼앗기고, 사회적으로도 사망해버린 자의 남은 찌꺼기를 무슨 의리가 있어서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가.(319)


 

미하루의 남편 이사오는 변이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사망자 처리를 하기도 하고, ‘벌레는 더 이상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며, 죽이거나 최소한 집에서 내보내자고 한다. 미하루는 변이가 되었다고 해도 아들이 변한 것이니,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며 변이의 원인을 찾고, 다른 변이자 가족을 만난다.


 

건강식품에 관해서도 얼마 전까지 몸에 좋다고 알려졌던 식품이, 이번에는 몸에 나쁘다고 소개된다.() 정보는 금세 새롭게 덧칠되어 바뀌고, 정반대가 된다. 뭐가 옳은지 알 수 없게 된다. 농락당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매사의 옳음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303~304)


 

타인의 반응, 더 나아가서는 말, 자기 자신을 포함한 감정, 의미라 부르고 있는 것, 그 모든 것이 마치 진짜처럼 굴 뿐, 실은 허상이라는 것. 그저 변해가는 현상과 비슷한 것으로, 자신을 위협하고 해치는 절대적인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것.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괜찮은 것이다. 자신도, 타인도. 모두 자기 자신의 지휘봉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결정할 수 있다.(330)


 

<인간에 맞지 않는>에서 사람이 벌레로, 동물로, 식물로 변이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 느껴지지만, 물리적 변화가 아닌 심리적 변화로 이해한다면 어느 가정이든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인간에 맞지 않는>은둔형 외톨이가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이하자,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한다. 과거 인간이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해 살해하고, 추방한다. 경쟁 심한 현실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의지가 약한 사람이거나, 낙오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 부족, 성격 탓으로만 돌리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인간에 맞지 않는>은 당신의 가족을 어떻냐고, 당신은 변이된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묻는 듯해, 읽는 내내 나와 가족을 돌아보게 된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판타지에 빠져 현실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처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과 같은 심리적 변화는 질병, 사고, 천재지변과 같이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남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고, 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현실은 얼마든지 변용된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움켜쥘 것인 것. 그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는 끊임 없이 탄생하고, 저마다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370)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있습니다.(334)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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