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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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엔딩>,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이희영, 구병모, 백온유 지음, 창비, 2021


 

정식 출간 전 가제본으로 만난 <두 번째 엔딩>은 베스트셀러 청소년 소설의 외전 모음집이다. 아홉 편의 원작에서 빠진 부분을 따로 떼어 새로 만들어진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읽기를 즐기지만 소설은 많이 읽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아홉편이나 되는 원작 중 나는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다. 첫 번째 엔딩을 만나보지 않고 바로 두 번째 엔딩을 맞게 된 형편이었지만 실력있는 작가들의 두 번째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를 알지 못해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은 학교폭력, 미래의 도시, 월북, 농촌, 이방인 등 다루고 있는 주제도 다양하고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혹은 나와 같이 청소년 시기를 살아낸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적 성장과 성숙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 나는 농부 김광수다 -
다섯 마지기 논이 내게는 우주 전체와 맞먹는다.
순전히 내 힘으로 추수를 하고 나면
얼마나 감동적일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11
월쯤 논 한쪽에 샤인 머스캣 나무를
심을 일도 벌써 기대가 된다.
모험은 자기가 태어나 살아온 곳으로부터
떠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계속 살아온 곳을 지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모험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좀 멋진 것 같다.
우리 할머니가 늘 말했듯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김광수다. (142~143)


 

여러 단편 소설중 '나는 농부 김광수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 주인공 김광수는 농고를 다니며 농부를 꿈꾸지만 광수의 아버지도 동네 어른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라고 채근한다. 짝사랑하는 동네 친구 유정이와 석양을 즐기며 속내를 털어내는 일로 마음을 달래던 광수는 어느날 자신을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사람으로 키워주신 할머니의 죽음을 접한다. 그 일로 삶에 의욕을 잃고 학교에도 적응을 못해 자퇴를 하게 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농사꾼이 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광수. 그 사이 베트남 새엄마를 맞게 되고 농사일을 돕는 새엄마와는 갈등도 겪지만 새엄마는 광수와 아버지의 연결고리이자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작은 아빠와 엄마에게 입양되어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는 유정이는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광수는 그런 유정이와 멀어지게 될까봐 조바심도 난다. 하지만 유정이 아빠의 도움으로 새 농작물을 재배할 기대감에 부푼 광수는 오늘도 열심이 농부가 되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도시에서 평범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다른 듯 비슷한(좋은 성적과 대학 입시를 종용당했던 그 시절 주변의 분위기,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보냈던 설레이는 시간들, 세대차이로 말이 통하지 않던 부모님과의 관계 등)상황들로 금새 광수에게 몰입하여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자퇴 후에 한움큼이나 성장한 광수의 세 번째 엔딩이 더욱 궁금해지는 기분좋은 소설이기도 했다.


 

'두 번째 엔딩'의 책장을 덮고 '첫 번째 엔딩'이 궁금해졌다. 재미있게 읽은 단편의 원작은 꼭 읽어봐야겠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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