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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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늑대들 2>, 전이수/김나윤 지음, 웅진주니어, 2021


 

도시는 무채색이 아니다. 총천연색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도시라는 이미지가 천연색으로 인식되지 않을 뿐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 붉게 물든 노을, 황금빛 들판, 푸릇푸릇한 산이라 표현하는 것에 비해 도시는 유채색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도시가 주는 차가운 느낌도 있겠지만, 익숙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특정 색이 뚜렷이 인식되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걸어가는 늑대들 2>는 도시를 처음 방문한 늑대들의 시선에 비친 도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도시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늑대들은 회색 빛깔로 가득한 도시에 놀라고, ‘빛나는 네모난 상자’(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 놀란다. 그리고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통에 귀는 없고 입은 새의 부리처럼 도드라진 사람들의 모습에 놀란다. 이들이 바다와 숲이란 자연도 모른채 일생을 살아가는 것에 놀란다.


 

계속 떠들어 대는 소리가 거리를 울리고
하나같이 입을 바쁘게 움직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 이상하지? 저 사람들 귀가 없어!
입은 왜 저렇게 도드라져 보이지?”(10)


 

자연을 무대로 살아 온 늑대들의 시선은 자연을 잊은 도시인에게 도시를 자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묻는 듯 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에 위로와 활력을 얻지만 정작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지는 않는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작은 틈으로 보이는 자연에 만족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다른 친구들이 빛나는 상자 앞에만 앉아 있을 때
난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곳을 찾아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래서 종종 이곳에 왔지만,
뭐가 있을지 겁도 나고 용기가 나질 않았어.”(25)


 

<걸어가는 늑대들 2>를 읽기 전 내가 사는 도시는 색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읽은 후에는 내가 사는 도시는 무슨 색일지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해준다. 이런 곳에 이런 색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익숙한 풍경 속에 낯선 색깔을 보기도 한다. 또한 내가 걸어가는 길은 어떤 색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내가 꿈꾸는 색은 어떤 색인지 자문하게 해준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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