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택시
이모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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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택시>, 이모세 지음, 밝은세상, 2021

예전엔 택시를 타면 이동 거리가 짧아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보통은 기사께서 질문을 하고 답하는 것이었다. 주제는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종교, 가족과 세대를 아우르고, 지역과 고향, 사람과 음식 등 매우 다양했다. 늘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자신과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과 생각이 옳다고 믿는 편협한 고집을 부릴 때는 불쾌해지고 했다. 정치 성향과 특정 정치인에 대해 핏대 세워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종교로 선교하려는 경우가 특히 그랬다.

요즘엔 대화를 주고 받는 일이 많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찾아보거나 조금 먼 거리를 이동하면 쪽잠을 자기위해 눈을 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먼저 말을 거는 기사님이 줄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거나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서비스로 평가받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에서 탈 수 있는 단골 택시, 함께 음악을 듣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개인적인 택시가 있다면 나는 어떤 음악을 꺼내 들을까? 희로애락애오욕 오만 감정이 떠오른다.

<개인적인 택시>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택시로, 내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에서 탈 수 있고, 함께 음악을 듣고 함께 추억을 나누는 택시를 소재한 만화이다. 손님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과 다른 음악으로 개인적인 택시를 이용하지만, 음악과 함께 저장된 추억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절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에 녹음해 나만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하는 중간에 항상 광고가 끼어든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함께 헛웃음 짓기도 했다. 라디오를 통해 어설프게나마 녹음하던 중 동네 레코드점에서 노래 목록만 적어 주면 공테이프에 잡은 없이 깨끗하게 녹음해주는 것을 알고 허탈해하기도 했었다. 음반 카세트 테이프 하나 사는 것보다 훨씬 싼 가격에 나만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들 수 있었다. 앞뒷면으로 한곡만 넣어 듣는 친구도 있었다.

왜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요.
다시 어렵게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다시 어렵게 얻게 되면
다시 소중해 질지도 모르잖아요.(28~30)

음악과 함께 기억되는 첫 사랑의 추억, 음악을 통해 고향을 그리고,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일상에서도 활력을 얻게 된다. <개인적인 택시>라는 공간에서 내 안의 농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택시를 친구로 바꿔 읽으면 어떨까 싶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팍팍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웃음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절인데
이렇게 지나가고 끝나버리는 건가
자꾸만 조바심이 생겨(293)

<개인적인 택시>와 함께한 추억여행으로 희로애락애오욕의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 아마겟돈의 OST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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