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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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16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연작 소설이다. <채식주의자>, <몽고 반점>, <나무 불꽃>인데 화자가 영혜의 남편과 영혜의 언니 인혜의 남편, 그리고 인혜가 영혜의 채식선언 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채식을 하게 된 계기가 꿈이라 말하는 영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 상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가족들의 모습은 폭력적이다.


인생의 변화는 2차 방정식의 포물선과 같이 완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일상이 지옥으로 변하기도 하고, 천당으로 변하기도 한다. 어떤 큰 계기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큰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아무 이유가 없더라도 변화할 수 있다.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핀잔하는 남편의 행동도, ‘다 널 위해서라며 육식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행동도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사춘기소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살을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병을 고치려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귀신에 씐 것도 아니고, 악몽 한번 꾸고는 식습관을 바꾸다니.
남편의 만류 따위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저 고집스러움이라니.(21)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48)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 되는 꿈, 살인을 당하는 것인지, 살인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생생히 기억되는 꿈을 꾸면 누구라도 고기를 먹기 힘들 것 같다. 동물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과정이 동물복지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해도 직접 목격한다면 육식을 끊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의 열정을 믿을 수 없었따.
그의 열정어린 작품들과,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 같은 그의 일상 사이에는
결코 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을 간격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162)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 저거 봐, 놀랍지 않아?(179)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191~192)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221)


현실이 어렵고 힘들 때, 지금의 인생이 깨지 않는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혜가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의 꿈이 아닐까 싶었다. 인간이 나무가 되길 욕망하는 것이 정신병으로 보이듯, 다른 이의 꿈을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해 정신병자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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