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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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2021


<엄마의 엄마> 제목을 보고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손녀. 이렇게 3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일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일까 책을 읽기 전, 문득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올랐고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애틋함이 할머니에게 물들어 또다시 문득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나에게 외할머니라는 존재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변변찮아도 마음이라는 말을 입고 달고 살아야 마음이 놓일 정도로 궁색함이 몸에 벤 엄마 미카미는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딸 하나미와 함께  작은 연립주택에 세들어 산다. 주인 아주머니는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20대 아들 겐토와 함께 사는데, 미카미와 하나미는 이들과 친구처럼, 친척처럼 사이 좋게 지낸다.


변변찮아도 마음.
이 말은 전지전능한 힘을 지녀서
어지간한 일은 다 괜찮다고 여기게 하는 완벽한 마법의 말이다. (중략)
“이거 한참 예전에 산 옷인데 지금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까요?
“변변찮아도 마음이야.
“제대로 된 코르사주가 없어서 잡지에서 만드는 법을 보고
광고지로 만들었는데 어때요?
“변변찮아도 마음이야. (20)


변변찮아도 마음이란 단어는 참 마법 같은 말 같다. ‘변변찮은단어지만 위로를 전해준다. 나에게도 이런 마법 같은 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엄마 미카미는 홀로 아이를 키우지만 밝고 긍정적이며, 딸 하나미를 아낌 없이 사랑한다. 하나미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중학교 1학년답지 않게  사려심이 깊다. 그래서 이들이 만나는 소설 속 등장인물은 모두 이들 모녀 앞에서는 무장해제 된 듯 편안함을 느낀다.  


중학교 시절 동성친구와의 풋사랑으로 가족과 친구로부터 매장 당하듯 자기방에 숨어 살게 된 겐토. 하나미는 그런 그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부유한 재혼가정에서 풍족하게 생활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늘 소외당하는 하나미의 중학교 친구 사치코는 하나미 모녀로부터 따뜻함을 느낀다.


하나미의 초등학교 기도 선생님은 10여년 전 터울이 많이 나는 형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오컬트의 세계에 심취한다. 기도 선생님의 뜻 모를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도  하나미가 유일하다. 미션스쿨에 다니는 하나미의 동네 친구 다나카는 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가족도 잊고 신학에 심취해 신부가 되고자 마음 굳히지만 우연히 마주친 하나미에게 온 마음을 빼앗긴다.


소박하지만 특별함을 지닌 모녀가 소소한 즐거움으로 일상을 채우던 어느날, 하나미 '엄마의 엄마'가 나타난다.


필요할 때만 모녀인 걸 이용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엄마는 자식을 '그 애'라고만 부르고,
자식도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걸
완고하게 거부하는 관계이면서, (106)


다른 이웃이나 친구만도 못 한 할머니가 불쑥 나타나 미카미를 '그 애'라고 부르며 돈을 요구하고 함께 살게 된 것이다. 하나미는 남보다 못 한할머니도 이해하기 힘들고, ‘남보다 못한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엄마도 이해하기 힘들다.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하나미에게 겐토는 부모를 싫어하는 자식도 있고, 자식을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음을 이야기 한다.


부모와 자식이니까 사이가 좋다거나
부모와 자식이니까 서로 이해한다거나 가족은 끈끈한 사이라거나..........
그게 정당하고 훌륭할지 몰라도
몇 퍼센트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반드시 있어.
그렇게 될 수 없는 사정도 다양할 테고,
부모를 싫어하는 자식도 있고,
자기 자식을 도저히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어.
그러니까 만약 자기 집이 그렇더라도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원망하진 않는게 좋아. (108)


하나미는 겐토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이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통은 적당히 수긍할 수 있는 겐토의 이야기에 현실을 넘어선 믿음이 하나미에게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믿음이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하나미의 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을 모를 것 같던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하나미의 엄마는 목돈을 마련해 할머니에게 주고 돈을 받은 직후 '엄마의 엄마'는 바로 집을 나선다. 부모와 자식이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하나미는 허둥지둥 뒤를 쫓아 할머니가 머물곳, 엄마의 이름을 지은 사람을 묻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미루던 할머니는 하나미에게 사진 한장을 부탁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분명 소설의 주인공은 하나미하나미의 엄마그리고 하나미 엄마의 엄마이지만 소설의 화자는 이야기에 따라 하나미의 주변인물이 되기도 하고 화자에 따라 시간이 엉키다 어느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곤 한다.

차분히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인데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히는 소설을 10대가 썼다는게 놀라우면서도 일본 문학계의 '사건'이자 '행운'이자 '커다란 희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라는게 책장을 덮자 이해가 되었다. 벌써부터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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