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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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상상출판, 2020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물건과 생활양식에 대한 박물지이다. ‘사라지는 것을 막자거나 옛 것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이러한 것이 있었음을 추억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볏집을 올린 초가집, 억새를 올린 샛집, 나무를 쪼개 얹은 너와집, 평평한 돌을 얹은 돌너와집, 참나무 껍질을 얹은 굴피집 등 지붕에 얹은 재료로 다양하게 불리던 집들. 모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비바람 피하고,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지내기 위한 지혜가 담겨있었고, 집의 재료와 외형으로 주변 환경과 생활 양식을 엿볼 수 있었다.


집 뿐만 아니라 떡메, 삼베, 등잔, 무명, 참빗, 죽부인, 한주, 쌀엿, 메주 등 편리하고 저렴한 물건에 대체되어 사라져가는 것도 담고 있다. 과거 미신이라며 없앤 민간 신앙도 담고 있는데, 다른 문명의 민간 신앙인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우스, 헤라클래스,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토르, 오딘은 친숙하고 익숙하게 느끼면서도 삼신할매, 성주신, 조왕신, 터주신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신화는 미신이라는 내 무의식적 편견이 작용한 때문인 듯 하다.


말과 글을 통해서 나르시시즘이나 판도라의 상자니 그리스-로마 신화를 인용하곤 했는데, 이런 이야기의 원형은 우리 신화에도 있지 않을까 싶어, 우리 신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무의식적 편견은 직접 접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깨진다고 하니 언젠가 우리 신화도 이야기의 원형으로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옛 사람들은 집안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집안에 거처하는 여러 신 가운데 으뜸은 성주로,
집안의 중심인 대청마루에서 집안 전체의 운과 복을 관장한다.(
)
안방에는 아기를 점지해 주고, 생명을 돌보는 삼신할매가 깃들어 있었다.()
부엌에는 불과 재물을 관장하는 조왕신이 기거한다.()
집의 출입구인 대문에는 수문장신이 지킴이 노릇을 한다.()
집 뒤란에도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터주신은 장독대 근처에 모시는데 일반적으로 짚주저리를 세워 신체를 삼는다.
이것을 터주가리 혹은 터줏대감, 토지막이라 부른다.
장독에는 자식의 건강을 돌보는 칠성신이 깃들어 있다.(
)
뒷간은 측신이 가족을 보고하고 관장하는 곳이다.()
옛날 우리에게 집이란 사람과 신이
한데 어울려 공존하는 공간이나 다름없었다.(241~244)


사라져 가는 것은 풍경, 물건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물건을 비유하며 사용했던 말과 함께 사라지는 것 같다. 등잔의 심지를 두개 켠다는 의미의 쌍심지 켠다가 화가 나 두 눈을 부릅뜨는 모양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꽤 어린 시절에는 종종 듣고 쓰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등잔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있던 단어이지만 이제는 그 단어 마저도 사라져 간다.


물건을 사라졌지만 다른 의미로 여전히 남아있는 말도 있었다. 키로 알곡을 까부르는키질에서 유래했다는 까불다라는 말도 키질과 함께 까부르는것은 사라지고, 까불대는 동작만 남았다. 다른 예로는 맷돌의 손잡이인 어처구니’, ‘어이도 물건은 사라지고 어처구니 없다’, ‘어이 없다같이 말만 남았다.


보통 등잔에는 외심지를 썼지만, 환하게 불을 밝히기 위해 간혹 쌍심지를 켜기도 하였다.
옛말 가운데눈에 쌍심지를 켠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120)


우리말에 까불다라는 말이 있다.
경망하게 행동하거나 촐싹대는 모양을 일컫는 말인데,
이 말도 키질의 까부르다에서 온 말이다.
팔랑팔랑 키질하는 모양도 모양이거니와 키질을 하게 되면 검불이나 쭉정이가
마구 튀는 것이 사람의 경망한 행동을 닮았다고 보았던 것이다.(127)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사라져 가는 풍경들>에 기록된 물건들에 추억이 깃들어 있지 않아 아련함이나 아쉬움이 있지 않지만 우리 신화나 우리 말의 어원에 남아 있는 옛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이 세계는 무수한 사라짐 속에서 구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했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5)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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