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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탐나는책, 2020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지만 교과서 등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교과서를 통해서는 술과 함께한 인류의 역사를 알 수 없었다.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는 인류 문명과 함께 한 술의 기원과 함께 술로 빚어진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연히 발견된 술이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술 빚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유명 상표들의 뜻과 어원은 물론 주재료와 제조법도 전하고 있어 술의 알쓸신잡이라 할 만하다.
꿀(Honey)에서 연상되는 말
중에 신혼을 뜻하는 허니문(honeynoon)이 있다.
이 단어는 봉밀주에서 온 말이지만, 지금은 봉밀주보다 널리 알려진 일반 명사가 되었다.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 게르만 사회에서는 봉밀주를 맥주처럼 흔하게 마셨다.
그리고 결혼한 후에는 1개월 동안 외부 출입을 금하고
신부가 신랑에게 꿀을 마시게 하여 아이를 갖는 풍습이 있었는데,
여기에 허니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18~19쪽)
술이 과하면 건강을 해치고, 중독성이 있어 경계해야 하지만, 적당히 마시면 심장을 강화하고, 물질대사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대에는 술이 ‘생명수’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브랜디를 ‘오드비(생명수)’라고 부르는(…)
‘위스키(Whisky)’의 어원은
켈트어로
생명수를 의미하는 ‘어스퀴보(Usquebaugh)’이고,(…)
북유럽의 증류주 ‘아쿠아비트(Aquavit)’도
라틴어의 ‘아콰 비타이(Aqua vitae, 생명수)’에서 유래했다.(96~97쪽)
아일라섬의 위스키 ‘라프로잉(Laphroaig)’은 피트와 해초를 섞어
맥아를 훈증하고 바닷바람으로 건조시켰기 때문에
특유의 요오드 냄새가 난다.(102쪽)
권투를 하다 상대에게 강타당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그로기(Groggy)’ 상태라고 하는데,
럼주를 과음한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150쪽)
위스키에 베르무트 스위트, 앙고스투라
비터스를 혼합하여
빨간 체리를 담은 ‘맨해튼’은 미국인이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맨해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원회가 뉴욕 맨해튼 클럽에서 개최되었을 때
처질 전 수상의 어머니가 아이디어를 내어 대접한 칵테일이라고 한다.(244쪽)
술은 크게 곡물과 과일 등을 발효하여 만다는 발효주와 발효주를 증류하여 알콜 농도를 높인 증류주가 있고, 과실과 약제를 혼합하여 만드는 혼성주로 구분한다고 한다.
증류주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 금을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에서 증류기가 발명되었는데, 증류기는 금을 만드는데 실패했지만, 증류주를 만드는 것은 성공했다. 연금술이 금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발효주의 보관기간(유통기한)을
늘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증류하고, 술통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적게 내고자 술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증류하고, 금주법이 시행되자 무색의 증류주를 제조해 밀매하는 등 증류주는 법과 제도를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다만, 4대 문명을 대표하는 술을 소개하면서 메소포타미아의 맥주, 중국의 황주, 잉카의 치차와 함께 일본주를 넣었는데, 일본이 4대 문명의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쉬웠다. 일본인 저자로서 자국의 술을 조금 더 높여 설명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4대 문명의 하나라고 하는 점은 과하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수필 <주도유단>에서 주도에도 단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술을 목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아직 술꾼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 술의 참맛을 알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애주가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술의 참맛은 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함께 혀로 직접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어, 오늘은 어떤 술을 마실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