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온
조신영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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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오티움 쿰 디그니타테>, 조신영 지음, 클북, 2020


 

거울 같은 사람이 있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안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거울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주듯 그는 단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비춰줄 뿐이다.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에서 과시욕으로 포장된 내 안의 열등감이 보이기도 하고, 속 빈 허영심이 보이기도 한다. 그를 통해 나의 열등감, 허영심이 보이는 것은 그가 열등감이 없기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열등감이 없고, 거짓 없는 순박한 말과 태도가 나의 열등감과 마주하게 한다.


 

우월감과 열등감이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동전이 듯 둘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우월감이 느껴지는 지점이 곧 열등감을 느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가령 마주한 상대에 비해 내 학벌이 좋아 우쭐한 마음이 든다면, 나보다 좋은 학벌의 상대를 마주하면 열등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상대가 자기과시,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면 부러움보다는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학력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면 학력에 대한 그의 열등감이 느껴지고, 자산이나 소득이 많음을 자랑하면 자산과 소득에 대한 그의 열등감이 느껴진다.


 

내가 우쭐해 하는 부분이 결국 나의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임을 깨달은 후 비교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는 물론 상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정원을 애써 가꾸지 않으면 잡초만 무성해지듯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우월감으로 포장된 열등감이 불쑥불쑥 나오곤 한다.


 

<정온 오티움 쿰 디그나타테>도 나의 열등감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성공을 위한 경쟁의 삶이 당연하다 받아들이고, 작은 성공에 우쭐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나의 삶을 살지 못한 채 나처럼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나는 결국 내 인생을 하루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거야.
바보처럼
……. 고요한의 삶을 살지 못한 채
고요한처럼 보이는 삶에서 단 하루도 벗어나질 못한 거야.(147)


 

7천조를 마치 7억 원도 안 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행동할 뿐이야.
몇억짜리 근심과 희열, 오가는 삶의 정황에서
상대적인 가치에 목숨 걸고 치열하고 분주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189)


 

젊은이, 잘 생각해 봐요. 당장은 죽을 거 같은 고통스러운 일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 바람처럼 다 지나가 버린다오.(
)
젊은이가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날씨를 겪어야 할 것이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따스하고 맑은 날은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라는 걸 생각해 보구려.” (48)


 

<정온>오티움 쿰 디그니타테라는 부제는 위엄으로 가득한 평온, 배움으로 충일한 휴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상의 복잡한 삶에서 거짓을 가리는 가면을 벗고 고요하고 평온한마음으로 나와 마주하도록 안내한다.


 

오티움 쿰 디그니타테
Otium Cum Dignitate
위엄으로 가득한 평온.
배움으로 충일한 휴식
(13
)


 

걱정과 근심은 물론 승리와 환호의 흥분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솔로몬의 지혜와 어떠한 비난과 칭찬에도 동요하지 않고 그렇게 되었군요라고 대답하는 문호를 통해 위엄으로 가득한 평온, 배움으로 충일한 휴식을 느끼게 된다. 오해의 상황으로 무고한 비난을 받게 된 문호가 일이 그렇게 됐군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비현실적이라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면을 쓰지 않고 자기 자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비난과 칭찬에도 의연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윗 왕이 지혜자들을 불러 자기 반지에 새겨 넣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지혜의 문장을 뽑아 오라고 지시했어.
걱정과 근심이 있을 때 읽으면 영혼이 고요해지고,
승리와 환희의 감격으로 벅차오를 때 읽으면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문장을 찾아내라는 명령
(
) 지혜롭기로 유명했던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지.
지혜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솔로몬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후에 말했어.
(
) 이 또한 지나가리라.(52)


 

가면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야.(90)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칭찬하든 비난하든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는 자신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에요.(125)


 

죽음을 진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죽음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132)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열등감을 감춘 가면을 쓰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온전히 자유로운 내 삶을 사는 것이라 깨닫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거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요하면 맑아진다.
맑아지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비로소 볼 수 있다.(89)


 

* 해당 도서는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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