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SF #2
정세랑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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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2>, 정소연 외 지음, arte, 2020


SF 소설의 매력은 스릴러와 같은 반전이다.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력으로 현실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부술 때,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에서 현실성 짙은 장면이 겹쳐 보일 때 SF 소설의 진수를 느끼곤 한다.


영상 기술의 발달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도 실감나는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어, SF 하면 영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SF 소설이라고 해도 해외 작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국 SF 소설이란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한국작가의 SF 소설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러한 가운데 SF 무크지 <오늘의 SF>는 그런 어색함이 나의 무의식적 편견이었음을 일깨워준다. 한국에도 SF 소설이 있으며, ‘SF, SF에 의한, SF를 위한무크지를 표방하고 있다.


<오늘의 SF #2>에 실린 <수진>은 주인공 미정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섯 명의 수진에 대한 이야기다. ‘수진이란 이름이 희소한 이름이 아니기에 누구나 여러 명의 수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미정이 알고 있는 네 번째 수진까지는 우리 주변에도 흔히 있는 다른수진이다. 그런데 다섯 번재 수진과 여섯 번째 수진은 조금 특별하다.


SF 소설임을 망각하고, 내가 사는 현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상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실소하게 되고, 다섯 번째 수진과 여섯 번째 수진이 수백 수천년 뒤에 이루어질 현실이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첫 번째 수진은 미정의 언니였다.()
두 번째 수진은 초동학교 동기였다.()
세 번째 수진은 첫사랑이었다.()
네 번째 수진은 미정의 하우스메이트였다.()
네 번째 수진은 다섯 번째 수진의 ()
서른일곱 살 생일에, 미정은 여섯 번째 수진을 ()
(61~73
)


인생에 있어 가장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이야기 <이토록 좋은 날>웰빙웰다잉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는 이토록 좋은 날을 함께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0에서 9까지>SF 소설임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루틴 지옥에 빠졌던 현실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게 했다. AI를 뛰어넘는 예측 불가능성을 지닌 주인공을 통해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가 ‘01 중에서 아무렇게나 하나를 골라서 계속 입력해야 하는 주인공을 보며 씁쓸함과 함께 허리 꺾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SF, SF에 의한, SF를 위한’ <오늘의 SF> 이 계속되길 바라며, 3권에 어떤 이야기가 실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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