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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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박소영, 창비, 2020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의 얼어붙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지역인 '스노볼'. 스노볼의 따뜻함을 위해 얼어붙은 바깥세계는 손과 발로 쳇바퀴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들은 그 대가로 스노볼에 사는 '액터'의 삶을 TV프로그램으로 시청한다. 액터의 삶은 '디렉터'에 의해 TV프로그램으로 편집된다.

스노볼 밖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액터 오디션을 보고, 선발된 사람은 스노볼에서 프로그램이 종영될 때까지 살게 된다. 또한 필름스쿨을 통해 디렉터로 스노볼에서 살 수도 있다. 주인공 전초밤도 디렉터가 되어 스노볼에 사는 것이 꿈이다.

스노볼 TV프로그램에서 가장 사랑받는 액터인 '고해리'는 스노볼에서 태어나 열여섯에 이르는 과정이 줄곧 방영되었다.  전용 채널 60번이 배정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해리'의 디렉터 '차설'이 전초밤을 찾아와 '고해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평소 고해리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전초밤에게 고해리 대역을 요청한다. 시청자에게 갑작스런 죽음을 알릴 수 없고, 1년 후 자연스럽게 스노볼을 떠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전초밤의 꿈인 디렉터가 되었을 때 액터로서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될거란 말에 수락한다.

"역시 스노볼에서의 삶이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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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스노볼에는 따뜻한 진통제와 값진 마취제가 널려 있으니까요."(75~76쪽)

그렇게 들어간 스노볼에서 전초밤은 고해리를 완벽히 재현한다. 고해리 죽음의 진실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스노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지만,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금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의 알권리를 위해 미디어가 존재하지만 미디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스노볼과 같다.

또한 현실에서는 스노볼의 액터처럼 일거수 일투족이 다른 이에게 노출되지 않지만, CCTV는 거리 곳곳과 실내 곳곳에 설치되고 있고,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 정보까지 확인 가능한 세상에서, '악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스노볼과 같은 감시사회가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법적 테두리 내에서 윤리적 선을 넘는 스노볼 세상도 현실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노볼의 법을 어기지 않았지만 최고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윤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차설'을 보면서 법만 지키면 윤리도 무시해도 되는지 묻는 듯 하다.

나 역시 얼어붙은 세상에서 따뜻한 스노볼에 들어가길 꿈꾸며, 오늘을 저당잡히고 영혼마저 갈아넣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기후위기가 눈앞에 닥친 지금 스노볼의 얼음 세상은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도록 해준다. 그래서 스노볼의 반대편 폭염의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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