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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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걸린 소설. 읽는 것만으로도 나흘만에 죽는다. 읽은 사람 혼자만 죽는 게 아니다.

링과 같이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면 나의 저주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행운의 편지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한다고 저주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설을 읽으며 스우노메 인형의 저주가 점점 다가올 수록 무서움에 두리번 거리게 되고,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작은 소리에도 놀라곤 했다.

소설만으로 사람이 죽는다는 건 역시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소설을 텍스트로 해석하거나 언어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고, 이를 목격하기도 한다. 비난과 욕설이 텍스트와 말로 표출되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더 무서운 건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했지만, 현실에서 욕설과 폭언, 비난과 저주로 때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현실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이미지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판타지에 가까울 수 있다. 바깥일하는 남편, 집안일하는 아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자녀. 각자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만으로도 폭력적인데,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물리적 폭력까지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오면 아내와 아이가 기다린다. 바깥일은 남편이 하고 가정은 아내가 돌본다. 휴일에는 가족이 사이좋게 외출한다.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일방적으로 랑요했다. 어머니가 진절머리 낼 정도로. 자식들이 끔찍하게 싫어할 정도로.(340쪽)

검은 머리칼. 화려한 메이크업이 어울리지 않는 일본식 얼술. 나는 이 얼굴을 계속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얼굴이 주부답게 보이고 '주부 이미지'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집을 지키고 집안일을 잘하며, 가족과 같이 하루 세 끼를 먹는 정숙하고 나대지 않으며 이상적인 주부 모습에.(•••)

지금 내게는 가정이 있다.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식탁을 둘러싸고 같이 식사하면서 원만히 살고 있다.(344~345쪽)

물리적 폭력은 물론 언어 폭력 등 모든 폭력은 어떠한 형태로 대물림되고, 주변으로 전염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때 폭력성은 증폭된다. <즈우노메 인형>을 통해 저주 보다 무서운 것이 폭력임을 새삼 깨닫는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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