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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평점 :
<술은 잘못이 없다>,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팩토리나인, 2020
술과 담배 중 끊어야 한다면 무엇을 끊어야 할까? 정답은 둘
다 끊어야 한다. 하지만 굳이 둘 중에 하나만 끊어야 한다면 무엇을 끊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이 쉬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2005년 여름의 어느 날,
불현듯 이 질문이 나를 사로 잡았고, 선호도에 따라 담배를 끊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담배를
끊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라 했으니, 그
후 지금까지 담배를 잘 참고 있다.
무엇이든 중독된 것을 끊을 때에는 금단현상이 따른다. 금단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금 중독의 상태로 되돌아 간다. 금연으로 인한 금단 현상에서 많은 궤변들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담배를 참음으로써 받는 스트레스가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을 더 해친다는 ‘금연 스트레스 건강 악화설’, 담배에 붙은 담배세, 교육세, 농특세 등 자발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납세 애국자설, 흡연자들의 세계에서 배척될 수 있다는 ‘비흡연자 왕따설’ 등등.
최근에는 ‘술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이전에 여러 번 시도를 했었다. 숙취로 전 날 먹은 모든 것을 게워내고 죽다가 살아났을 때는 ‘성을
간다’고 하기 도 했다. 정말로 성을 갈았다면 우리 나라
모든 성씨를 한 번씩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기로운 금주생활’ <술은 잘못이 없다>는 금주, 단주, 절주(?)에 대해
‘갑작스럽게’ 고민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저자 마치다 조는 일본의 소설가, 시인, 가수,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단
낮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일이 끝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든 후(…) 3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며 살아 왔다.(16쪽)’고
한다.
그런데 2014년 12월말, ‘갑작스럽게’ 술을 끊자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가지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고 한다. <술은 잘못이 없다>는 왜 ‘갑작스럽게’ 술을
끊자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유를 밝히는 금주에 대한 ‘이유서’이자
‘변론서’이다.
술을 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① 다이어트, ② 수면의 질 향상, ③ 경제적 이익(…)
추가로 ④ 뇌가 좋아지는 느낌(273쪽)
술을 끊었더니 각종 이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득을 얻기 위해 술을 끊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득은 있었지만 그 이득으로 행복을 얻은 건 아니고
행복의 삼매경에 도달한 것도 아니다.(276~277쪽)
금주, 단주라는 것은 늘 자신의
제정신과 미친 광기의 싸움이다.
마시고 싶다는 제정신과 마시지 않겠다는 광기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것이 바로 금주이자 단주이다.(40쪽)
작가 본인의 금주가 건강 이상, 마음 이상, 사상 전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비롯되었고, 술로 인한 ‘일시적인
쾌락’ 뒤에 남는 숙취와 주정, 금전적 손실 등 ‘지속적인 부채’에 대한 부담도 금주에 한 몫 했음을 고백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금주 방법이 독특하다. 술은 기분이 좋아 마시기도
하지만, 대체로 즐겁지 않은 인생에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마시게 되니,
‘인생은 ‘인생은 즐겁지 않다고 몇 번이고’ 되뇌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보통 이하의 바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진짜 바보가 되라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정하는 ‘보통의 기준’을
평범하게 낯추라는 것이다. 보통 이하의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 원래 즐겁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술 마시는 이유’를 없애라는 것이다.
원래 인생은 즐거운 것, 또는 즐거워야
하는 것.
이 인식을 개조하는 것이아먈로 인식 개조의 최전선에서 가장 중요하다.
(…)원래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 개조해야(…)(169쪽)
자신을 보통 이하 바보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소소한 일로 화를 내지 않게 된다.
둘째, 많이 배울 수 있다.(192쪽)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행위가 무의미함을 안다.(207쪽)
물론 쉬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술을 마시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헌법이 보장한 ‘행복
추구권’에서 방점은 ‘행복’이
아닌 ‘추구’에 있기에 행복은 권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와 대차대조표
상 자산의 반대쪽에 부채가 있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금주에 대한 ‘이유’와 ‘변론’을 제시한다.
자산의 반대쪽에 부채가 있듯이
절대적으로 순수한 즐거움 따위는 없어.(…)
생명은 고통을 동반했을 때 비로소 존재하는 거라고.(50쪽)
<술은 잘못이 없다>는
작가의 상상과 망상이 버무려진 소설과 같은 에세이인지라 술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 장황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때로는 금주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부터 읽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거꾸로 맨 뒤 챕터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한 입 들이키는 순간
“아아, 이것을 위해 나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이 들며
“이것이 있기에 내일도 열심히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젖는다.(10쪽)
목적지를 즐거움이라고 잘못 설정해 두고 서두르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두르지 않게 되었고,
또 평범하고 보통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심경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277쪽)
‘한 입 들이켜는 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인생의 종착지 죽음에 도달하기 위해 서두르지 말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하며 나름의 금주를 위한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 금주의 시기는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정하겠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없이 금주를 하겠다는 것
셋째, 그래서 음주를 위한 시간들에 다른 우선순위의 일들을 억지로라도
끼워넣어야겠다는 것.
넷째, 그러기 위해서 인간관계의 소원함이 없도록 음주가무(飮酒歌舞)가 아닌
생수가무(生水歌舞),
탄산가무(炭酸歌舞)를 익혀야겠다는
것.
다섯째, 그럼으로 술 값 모아 부자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낀 술
값에 포함된 세금을 내가 원하는 곳에 지원함으로써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써야겠다는 것.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