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창조력 코드>,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북라이프, 2020


<창조력 코드>는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가 수학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기계가 정말 창조적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출발해, 알고리즘의 변천 과정과 해당 알고리즘이 개발되기 까지의 과정 등을 담아 전하고 있다. 구글 알파고 vs. 이세돌의 바둑 대결, IMB 왓슨 vs. 퀴즈쑈 <제퍼디!> 최장자들과의 퀴즈 대결, 바흐의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헌정한 <음악의 헌정>에 적용한 수학적 변형, 인공지능이 그린 벨라미가의 <에드몽 벨라미> 초상화 등의 이야기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데이터와 증거만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데이터는 이야기의 형태로 바뀌어야만 설득력을 띠게 된다.
아이에게 예방 주사를 맞히면 위험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을
백신 접종의 질병 확산 방지 효과에 대한 통계 자료만으로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홍역이나 천연두를 심하게 앓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와 데이터를 관련지으면, 그들이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431)


IBM 왓슨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이미 바꿔놓았다.
그 알고리즘은 <제퍼디!> 최강자들을 이겼고
이후 의료계에서 진단용으로 쓰이고 있다.(
)
왓슨의 큰 강점은 일반 텍스트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그 알고리즘을 훈련시킨다. 게다가 훈련 방법도 간단하다.
우리가 텍스트를 통째로 복사해 입력하기만 해도
왓슨은 텍스트 내용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신뢰한 만한 정보인지 이해하는 훈련을 한다.(387)


(바흐의) <음악의 헌정>을 구성하는 열세 곡에는 기본 선율을
수학적으로 변형하는 독특한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그중 열 곡은 카논이고 한곡은 트리오 소나타,
나머지 두 곡은 푸가의 일종인 리체르카레이다.
앞서 언급한 <6성 리체르카레>는 바흐가 한 가지 주제에
여러 가지 단순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해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단적인 예다.(283)


작곡가 중 상당수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데 도움이 되도록
규칙이나 구조를 설정하길 좋아한다.
바흐는 푸가 작곡이라는 퍼즐 게임을 즐겼다.
쇤베르크는 반음계의 열두 음을 모두 사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작곡법을 창안했다.
버르토크는 피보나치 수와 관련해 전개되는 곡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메시앙은 소수를 이용해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의 뼈대를 짰다.(299)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기 전까지는 바둑은 체스와 장기에 비해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연이어 2판을 지는 것을 목격하고부터는 과연 1승이라도 할 수 있을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었다. 알려진 것은 대국의 과정 정도였었는데, <창조적 코드>를 통해 알파고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과, 이세돌 9단과의 대국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평가까지 담고 있어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이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수학의 증명 과정이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초기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결과를 도출하고,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계 학습을 하는 지금의 인공지능은 스스로 알고리즘을 짜고 있어 결과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것인지 우리 인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편향 등으로 잘못된 결과가 도출되어도 이를 검증한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에 섬뜩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젠더, 인종, 종교적 편향을 없애기 위해 개발자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공 지능의 여명기에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지능을 평가하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나는 이제 러브레이스 테스트라는 새로운 테스트를 제안하고 싶다.
러브레이스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알고리즘이 정말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게다가 그 창조의 과정이 재현 가능해야 하고,
프로그래머는 알고리즘이 결과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없어야 한다.(21)


기계가 학습을 할 수는 있지만
기계가 제대로 학습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우리 몫이다.
이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훈련을 쌓은 알고리즘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치안 유지를 위한 판단을 내리고,
건강에 대해 조언하는 업무를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145)


앞으로 인간 대신 알고리즘이 결정을 내리는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속속 등장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만든 의사 결정 분지도를
인간이 검토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방식의 한계다.
사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왜 이런 특정 결정을 내리는지 잘 모른다.(215)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를 우리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인공지능 분야의 영원한 숙제다.
우리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미래로 나아갈수록
코드에 미발견 오류가 없게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252~253)


책에서 소개한 미술작품과 음악 등을 검색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넣었다면 보다 쉽게 이해되고 검색으로 인한 시간을 줄이고, 더 몰이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수학이 어렵게 느껴져 망설이고 있다면, <창조력 코드>는 수학과 알고리즘,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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