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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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2020


<귤의 맛><82년생 김지영>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높인 조남주 작가의 신작으로 초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장편소설이다.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맨날 붙어 다니는 친구 다윤, 소란, 해인, 은지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마지막 밤, 넷 중 공부를 가장 잘 하는 다윤이 1지망에 탈락한 학생들이 마지못해 가는 고등학교로 모두 함께 진학하자는 제안을 한다. 다윤의 갑작스런 제안에 자신의 진심 조차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한 마음이 앞섰지만 애써 무시하며 세 친구는 동의한다. 그리고 약속을 노트에 적어 타임캡슐에 담아 묻는다. 


소설은 이 약속을 둘러싼 네 명의 속사정을 차례대로 풀어간다.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동아리에서 만나 축제를 준비하며 친해진 네 명의 아이들. 친한 친구에게 조차 털어놓기 어려운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다윤. 아픈 동생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그런 동생을 위해 항상 양보하고희생하는 아이. 이런 다윤을 가족들과 친구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우울한 집안 사정 같은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과
누군가 먼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다윤 안에 뒤엉켜 있었다.
동정은 싫지만 위로는 간절했다. (200)


소란. 넷 중 가장 공부를 못하고 개성 없이 평범해 보이는 아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다.


마음에 아주 자잘한 상처가 났다.
거슬리고 쓰라린데 그렇다고 병원에 가거나
약을 바를 정도로 많이 다친 것도 아니라
혼자 참을 수밖에 없는 상처. (64)


해인. 사업에 실패한 무능한 아버지, 생계를 책임지느라 여유 없는 엄마, 철없는 동생. 해인은 가끔 엄마를 보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문을 잠가도 얇은 벽 너머로
지긋지긋한 생활의 잡음들이 고스란히 넘어왔다.
그래도 딸깍, 잠금장치를 누르는 순간
가족들과 자신을 가르는 보호막이 생기는 것 같았다. (80)


은지. 잘 못 한 일 없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불행했던 아이. 이혼한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은지에게는 선택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불행의 몫이 너무 크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161)


주변의 압력으로 외고 진학을 준비하는 다윤, 위장전입까지 하며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해인. 해외 주재원에 지원한 엄마를 따라가야 하는 은지. 부진한 성적 때문에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게 자존심 상하는 소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과 관계속에 과연 네 명의 친구들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소설을 읽는 성인 독자라면 네 명의 친구들을 통해 자연스레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들이 표현하지 못한 미묘한 감정과 주변의 힘든 상황을 보며 예전의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던 내 미묘한 감정과 상황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성장은 때때로 버겁고 외로운 일이라고, 남들도 다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고 아이들에게 답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힘든 과거의 시간을 보낸 나에게 지금이라도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다. 그리고 주변의 청소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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