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제인 오스틴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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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강수정 옮김, 지학사아르볼, 2020.


편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과 사실에 대해 편견없이 판단하기 위한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정보가 모이기 전에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술의 발달로 초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판단을 위한 시간이 더욱 부족하기에 편견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편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시인하지 못할 때 문제가 될 것 같다.


막대한 재산과 고매한 친척, 광범위한 성직 추천권 같은 아주 특별한 축복을 타고난다아시는 오만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냉소적이고 오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그에게 관심을 받고자 접근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래서 그는 더 냉소적으로 오만해졌는지도 모른다. 주변에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많으니 누구에게도 청혼하기만 하면 승락을 받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한정상속제도에서 다섯 자매를 둔 베넷 부인은 딸들을 견혼시키는 게 인생의 과업이 된다. 그 중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난 다아시의 오만하고 불쾌한 태도에 편견을 갖게 된다. 이후 다아시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는 엘리자베스는 그를 냉소하면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한편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 다아시의 친구 빙리와 엘리자베스의 첫째 언니 제인은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전에 빙리의 친구와 가족들의 편견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두 집안의 재산과 교양의 차이를 이유로 둘을 멀어지게 한다.


엘리자베스가 편견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편견을 가지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편견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전의 판단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도 가지고 있다.


한 번 자리잡은 편견은 새로운 정보 혹은 반대되는 정보였다는 것을 알더라도, 심지어 그 이전의 정보가 가짜 정보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지 못해 더 확고한 편견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있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각자가 가진 오만과 편견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통해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내 안의 오만과 편견을 마주할 작은 용기와 이를 바로잡고 용서를 구할 더 큰 용기도 갖게 한다.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닌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 관심을 보여 주니까
기분이 좋고 저 사람은 무시를 하니까 기분이 상한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해 선입견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은 몰아낸 거였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을 너무 몰랐어.(278)


편견 없이 판단할 시간이 더욱 부족한 현대에서 편견을 갖고 사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제인 오스틴의 인간의 오만과 편견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넘어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앨리스 패툴로의 그림이 더해진 <오만과 편견>은 소설 속 상황을 더욱 풍성하게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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