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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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아날로그, 2020.


더디지만 확실하게, 민주주의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289)


더 이상 민주주의는 가장 괜찮은 정치체제가 아니다.(240)


독재국가도 자신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로 민주주의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최상의 정치체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민주주의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니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무정부주의와는 사뭇 다른 주장이었다. 민주주의는 발전은 할 수 있어도, 끝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은 부제가 이야기하듯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이라고 한다. 쿠데타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대재앙과 정보권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이 의아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교 교수인 저자 데이비드 런시먼은 이 책에서 민주주의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가장 괜찮은 정치체제가 아니, ‘성숙한 서구 민주주의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을 통해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한다.


쿠데타도 국가나 체제를 전복하는 것처럼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조금씩 약화시키거나, 선거과정을 은밀하게 조작하는 등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쿠데타도 있다고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눈에 보이는 쿠데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쿠데타로 인해 제기능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버메오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쿠데타의 경우,
주도적인 세력들이 반대 세력을 어떻게 다룰지 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산산조각 나지 않고 조금씩 무너지는민주주의는
행동을 개시하게 하는 실질적 발화 장치가 없다.”
즉 위협에 대항하여 사람들이 민주적 방식으로 결집할 시간이 전혀 없다.
그 대신에 정치적 내분이 일어나 사람들을 갈등하게 하고,
각 주체가 상황을 모두 다르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결집하지 못하게 한다.(65)


민주정치는 좀 더 특색 있는 공연자가 대중의 관심을 더 많이 끄는
겉만 번지르르한 쇼가 되어 가고 있다.(
)
국민투표는 일견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 않다.
무대로 끌려 나온 관객들은 자신들이 만들지도 않은 제안에
단순히 예스나 노를 말한다.(
)
특별히 국민투표가 효과적인 제도로 보이는 이유는
투표 방식이 민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66~67)


상호 연결된 사회에서핵무기, 환경파괴, 관료주의로 인한 대참사를 겪게 되는 민주주의는 대응 시간을 벌기도 전에 확산됨으로써 결국 실패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 ‘살충제 남용에 따른 환경파괴’, ‘독일 국민의 전체주의 지배로 인한 홀로코스트를 예로 들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 문명은 대량 살상 무기로 스스로 산산조각 나거나
환경에 치명적인 해를 입혀 멸망할 수 있다.
아니면 얼굴 없는 관료들의 도움으로,
시스템 안에 무심한 행정조직이 널리 퍼지는 악에 감염될 수도 있다.(117쪽)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붕괴에 취약하다고 걱정한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전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금융, 에너지, 통신, 의료, 교통 시스템은
통제와 이해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는 오류가 발생하면 대응할 시간을 벌기도 전에
시스템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취약하다.(153)


또한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통해 경고한 국가의 자동 기계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실화되고 있고, 특히 국가의 자동 기계화를 넘어, 기업의 자동 기계화가 현실화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를 거대한 자동 기계로 바꾸는 데에는 커다란 두 가지 위험이 따른다.
첫째는 그 자동 기계가 그렇게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좀 더 무자비하고 효율적이며 더 로봇과 비슷한 인공물들이
더 강하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다.
두 번째 위험은 국가가 원래 규제하려고 했던 사물들과
지나치게 비슷해질 것이라는 점이다.(175)

홉스가 가장 무서워한 기계는 기업이었다.
기업과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기업들이 얼마나 이상하고 기계 같은지 알아채지 못한다.
홉스가 보기에 기업은 또 다른 종류의 로봇이었다.
기업은 우리 편의를 위해 존재하지만 자신만의 삶도 살 수 있다.(
)
위헌한 점은 인간이 결국 기업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176)


기업은 인간이 만든 괴물이다.
기업에는 영혼이 없으므로 양심도 없다.
기업은 사람보다 오래 살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영원히 산다.
로봇처럼 기업도 인간의 파괴 행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176)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주장이지만,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고인 물이 썩 듯 절대 권력은 그 유일성으로 인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도 대안의 정치체제가 없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유일한 정치체제라면 그 유일성과 절대성으로 인해 무너지거나 대체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포스트 민주주의나 대체 민주주의도 모두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동의한다.


우리를 해방할 힘을 가졌다고 생각되었던 기술에 갇히고,
권력이 남용되고, 불평등과 정치 마비가 심화되는 것이다.
기계의 행방 능력을 믿으려면 대단한 믿음이 필요하다.(277)


21세기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장점들이 서로 분리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재난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려면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사회에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개인을 인정하는 능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287)


레드 콤플렉스가 이유가 되었든, ‘절대적 믿음에 대한 도전이 이유가 되었든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을 통해 절대적 믿음도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야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지, 동의하지 않을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민주주의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21세기 민주주의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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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서구의 민주주의는 전성기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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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우리는 죽음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민주정치는 막 인식하게 된 죽음의 암시 때문에 질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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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완전히 사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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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사라져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살린다고 우리가 구원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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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역사는 인간의 삶과 달리 종점이 하나만 있지 않다.(29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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