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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나의 기억을 보라』, 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쌤앤파커스, 2020.
10년 전에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영화는 가난과 질병으로 얼룩진 아프리카의 오지 수단에서 의사이자 선생님, 지휘자, 건축가였던 故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는 신부님의 모습에서 경이로움마저 느껴졌으며 대장암으로
선종하신 신부님을 잃고 슬픔에 잠긴 수단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 또한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기자, 작가, 교수, 인권활동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 그가 생전에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의
기억을 보라>를 읽으며 故이태석 신부님이
떠올랐다. 말과 글 뿐만 아니라 기아와 박해 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핵전쟁 방지운동에도 힘을
쏟는 등 폭넓은 사회활동을 펼친 엘리 위젤의 삶은 그 자체로 사랑의 실천이었다. 아마도 행동하는 양심, 실천하는 사랑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졌기에 두 분의 삶이 닮아 보였던 것 같다.
위젤의 제자였으며 조교로 일한 아리엘 버거는 <나의 기억을
보라>에 위젤의 강의 노트와 제자들과의 인터뷰 기록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수업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엘리 위젤의 수업을 지면으로 청강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얻고,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홀롴로코스트는 단지 그의 인생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돋보기가 되었고,
그는 그 돋보기를 통해
다른 모든 주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것처럼
그는 학생들에게도 그 돋보기를 소개했다.
학생들은 문학과 역사, 그리고 위대한 책들과
우리 개인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우리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이나 기록,
혹은 문헌에서 항상 도덕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42쪽)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더 인간 답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만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일종의 축복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겪은 고통을 다리로 바꾸어
다른 사람들이 그 다리를 밟고 지나가며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어야 만 합니다. (48쪽)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양 내 경험과 생각에 갇혀 있던 적이 있다. ‘알에
갇혀 있기’를 소망했던 시절도 있었다. 구도자의 삶에 비견할
수 없지만 그 삶을 지켜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뭉쿨해진다. 누군가의 ‘다리’가 되고자 다짐해 본다.
문제는 그 분노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갚아줄 것인가,
아니면 위축되고 고립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분노를 새로운 저항을 위한
동기로 사용할 것인가?
자신의 분노를 잘 다스릴 수 있다면,
그 분노를 통해 뭔가 올바른 일을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