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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반전
직장시인 지음 / Storehouse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디테일의 반전』, 직장시인 지음, 스토어하우스, 2020.
<디테일의 반전>
표지부터 반전이다. 일반 책의 절반 정도 크기의 책 표지에 양복입은 남자는 한 손에 가방을
들고 급한 듯 뛰어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어깨 위 부분이 잘려 있다.
‘인쇄소 혹은 출판사의 실수인가’ 싶었다. 안을
펼쳐보니 절반 사이즈로 제작된 게 맞다. ‘간당간당’ 출근하는
사람이 표지 앞 전면으로 뛰어 들어오는 상황으로 이해되었다. <디테일의 반전>은 이렇게 표지의 반전으로 시작한다.
저자 직장시인은 ‘야근과 회식에 지쳐가면서도 승진과 정년을 꿈꾸는
현실 직장인’으로 ‘인스타그램에 가족도 모르게 직장생활 현실팩폭
시를 업로드’하고 있다고 한다. 시에 등장하는 직장생활에서의
상황은 모두 실화라고 한다. 꼭 직장시인만이 겪고 있는 일들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일들이기에 구구절절 공감된다.
업무 지시할 땐 대충 설명하고는
보고 받을 때는 세상 디테일하네.
<디테일의 반전> (15쪽)
일이 어렵고 힘들다고 회사에
이야기하면 더 어려워 집니다
왜 일이 어려운지 도와주지는
않고 나약한 태도를 탓합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안 돼요> (46쪽)
구성원간에 신뢰 쌓기는 들판에서 네잎클로버 찾기
쌓아논 신뢰가 무너지는 건 내 앞 술잔 비워지는 속도
<젠가처럼> (59쪽)
아이디어 말하면 니가해봐
추가업무 생겨도 니가해봐
<내가 능력이 좋은 건가 호구인 건가> (86쪽)
내가 객관적 입장에서 말하는데~
내가 너를 생각해서하는 말인데~
<객관적이지도 날 위하지도 않더라> (89쪽)
성공을 위해 남을 깎아내리고
권력에 굽신거리고 아부하고
자기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고
박쥐처럼 여기저기 옮겨붙고
남실적을 제것으로 가로채고
<회사에 널린 또라이들, 조심하세요> (117쪽)
내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환경이 나를 변화하게 만든다
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귀찮겠지만
억지로 변화되는 것은 고통스럽다
<귀찮겠는가 고통스럽겠는가> (152쪽)
인사받고 싶으면 먼저 ‘안녕’하세요
존경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세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162쪽)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자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찾자
<참을래? 찾을래?> (171쪽)
묵직한 돌직구 같은 상황에 은유와 대구로 음률을 맞춘 저자의 노력에서 원색적인 감정들을 절제하고,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진다. 이제 ‘사표를 품고 출근’하지 않고,
<디테일의 반전>을 품고 출근해도 좋을 듯하다.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조용하게 자리잡고 <디테일의 반전>을 꺼내 읽는 것으로 위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