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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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다산책방, 2020.


30대 중반을 넘어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였다. 퇴근이 이른 어느 날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들렀는데 마중 나온 어머니의 등을 보고 코 끝이 시큰해 졌다. ‘어머니의 등이 저렇게 굽었던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등처럼 굽어져 보이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놀라 자세히 보니 흰머리도 많이 늘고 얼굴의 주름도 깊어져 있었다. 그날 이후 마주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매번 내 가슴을 시큰하게 만든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지는 이별의 시간을 애써 외면하고, 무심히 시간만 보내고 있던 나에게 <영혼의 집 짓기>는 이별을 애써 외면하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기자이자 작가이며 영문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 데이비드 기펄스는 집에서 손수만든 관을 장례업자들이 받아줄까하는 호기심에 자신의 관(영혼의 집)을 직접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관을 만드는 과정 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어머니와 친구 그리고 그 죽음을 마주하는 자신과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진솔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작가는 관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은퇴한 토목기사인 아버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실제적인 이유가 아닌 작가가 진짜 원했던 것은 암 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행위 자체였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별을 맞이할 대상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과장 없이 들려준다. 부자가 관을 만들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인생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즐거웠다면 작가의 후기에 실린 아버지의 시가 그의 사후에 행복하게 읽힐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늘려가고 싶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쓴 것은
작업용 모눈종이에 밝은 녹색 잉크로 쓴 시 한 편이었다.
그 시는 봉투에 담긴 채 아버지의 책상 위에 놓였는데,
봉투에는 장례식 때 개봉하라는 당부가 쓰여 있었다.

나는 가을날 떡갈나무 같다

떡갈나무 이파리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내 몸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그러나 떡갈나무 여전히 살아서 봄을 기다린다
내 영혼도 그렇게 살아남아
영원한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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