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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 직장 내 갈등 해결과 괴롭힘 예방 가이드북
문강분 지음 / 가디언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문강분 지음, 가디언, 2020.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는 부제처럼 ‘직장 내 갈등 해결과 괴롭힘 예방 가이드북’이다. 공인노무사이며, ‘직장
괴롭힘’ 포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법제화에 힘쓴 저자가 사례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대처 방안, 예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개인과 기업 등 거래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와 기업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 대중의
공분을 사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생긴 것이라 환영할 일이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내용은 생소한데,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는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이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기업의 수직적 상하 관계에서 상사로부터 받는 괴롭힘은 물론 부하직원이라 하더라도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신고도 당사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사, 동료, 부하의 조직적인 학대로 반복될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사회적, 심리적, 심신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43쪽)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물론 직장 동료, 노조, 직장협의회
등
직장 내 구성원이 포함됩니다.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이나 관계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론적으로 지나가는 행인이 괴롭힘을 목격한 경우
그 행인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65쪽)
이 책에는 직장 내 괴롭힘 사례 12개가 담겨있어, 실제 직장 내에서 어떻게 발생되고 있고, 어떤 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롭게
영입된 매니저를 기존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무시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 워커홀릭 상사에 의해
퇴근도 못하는 경우, 음해성 소문이나 내부고발자라는 의심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례들이다.
3장에서 서울의료원
‘태움’ 사건과 미국 우체국 총기 난사 사건의 보고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경위와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는 개인이나 특별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 사회를 충동질하는 ‘피로 사회’의 본질적 현상’(250쪽)이라고 진단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태움’과 ‘Going postal’은 심각한 현상이었습니다.
두 현상의 기저에는 우릴 사회 전반에 깔린 성과 지향 구조와,
구성원의 소진은 아랑곳 않는 성과 지표에 매몰된
경영 전략의 한계가 숨어 있었습니다.(250쪽)
마크 에임스는 자신의 저서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후마니타스, 2016)에서 미국 우체국 직원의 직장 내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는 <죽음의 스펙터클>(반비, 2016)에서 직장 내 동료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상황을
‘스펙터클한 살인적 자살’이며, ‘금융자본주의 시대가 낳은 영웅’이라고 표현하였다.
직장
내 살인은 일종의 ‘분노 살인’이라는 것인데,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도 이러한 분노 살인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직장
내에서 쌓은 분노가 나에게 향하면 자살이 되고, 동료들에게 향하면 직장 내 살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 우체국 직원들의 과로사도 분노 살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미국 우체국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열악해지는 노동환경과 살인적 근로조건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했듯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듯하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건이 발생하면 시스템의 문제인지 들여다보지 않고, 눈에 잘 드러나는 개인의 문제, 즉 정신병력, 사이코패스적 성향, 공격성 등으로 재단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적 문제도 개인적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시스템의 문제는 아닌지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