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살갗 아래』,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아날로그, 2020.
<살갗 아래>는 몸을 주제로한
에세이집이다. 우리 신체를 이루고 있는 개별 장기와 기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15명의 작가가 각자 하나의 장기를 주제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 시리즈를 모아
엮은 것이라 한다.
<살갗 아래>는
겉으로 보이는 피부, 눈, 코, 귀와 ‘살갗 아래’에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 폐, 맹장, 담낭, 간, 창자, 콩밭, 갑상샘, 대장, 뇌, 그리고 자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몸을 우리고 있는 신체기관은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지고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들 신체기관이 개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겨야만 비로소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해당 신체기관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무언가 잘못되어야만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 팬벨트, 전기/가스 겸용 보일러, 그리고 대장이다.(214쪽)
흔히 사진을 ‘빛그림’이라고
한다. 사물에 반사된 빛을 그림처럼 포착하는 것, 그것이
사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배울 때 세상을 빛으로 인식하며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하루는 빨간색 찾기를 통해 세상을 인식해보고, 또 다른 하루는 노란색, 파란색, 검정색, 회색
등 각각 다른 색으로 세상을 인식해보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색을 바꿔가며 세상을 인식해보면 늘 일상적으로
다니던 길에서도 낯선 세계가 눈의 띈다. 같은 색깔 내에서도 미묘한 색감 차이도 인지하게 된다.
<살갗 아래>는
특정 색으로 세상 바라보기와 같이 우리의 개별 신체기관으로 우리 몸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 일상에서
개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신체기관에 대해 개별적으로 인식하게 해주고, 작가들의 에세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몸은 물론 내 몸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모든 요람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
모든 관은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를 묻습니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종교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종교 말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돕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는 것 말입니다.
- 로버트 잉거솔 산문집 중에서… (252쪽)
또한 맹장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오해 등 우리 몸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점들도 바로잡아 주고, 위 등 우리의 소화기관에는 뇌 세포가 있고, 간은 재생이 가능한
유일한 장기라는 새로운 사실들도 알려 준다. <살갗 아래>에서
다루지 않은 신체기관에 대한 이야기로 후속편이 나오길 기다려진다.
2007년,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대학교 윌리엄 파커 박사 연구팀은
마침내 맹장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심각한 설사를 유발하는 감염에 걸리면 우리 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장에 서식하는 모든 세균을 한꺼번에 몸밖으로 내보내는 선택을 한다.(…)
문제는 동시에 좋은 박테리아도 함께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커 박사는 이때 맹장이 홍수가 물러난 뒤에 좋은 박테리아들이
다시 번성할 수 있게 해주는 노아의 방주 같은 역할을 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맹장이 림프조직으로 가득 차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수 있다.(64~65쪽)
귀는 단순히 우리 몸 안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라고 부르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뇌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문이자 현관이다.
귀는 항상 열려 있다.
귀에는 몸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막을 차단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체의 모든 스위치가 꺼지는 엄청난 순간인 잠을 잘 때도
우리는 귀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77쪽)
간은 기적을 일으킨다.
간은 재생 능력이 있어서 잘라낸 뒤에 다시 자라는 유일한 내부 장기이다.
간은 25퍼센트 이하로 잘라내면 아주 빠른 속도로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매일같이 독수리에게 배가 찢기고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매일 밤 다시 자랐고,
다음 날이면 같은 벌을 받아야 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벌이었다.(125쪽)
살아있는 사람이 간을 기증할 때는
전체 간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우엽에서 잘라내는데,
남은 좌엽이 재생해 6주가 지나면
간은 완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간을 기증받은 사람 가운데 간이 재생되는 비율도
70퍼센트에 이른다.(128쪽)
위장에 뇌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실제로 우리의 소화관은 뇌세포로 덮여 있다.(…)
장에 있는 뉴런은 뇌에서 감정을 맡는 부분 바로 옆으로 들어가는
미주신경을 통해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지능으로 가득 찬 우리 몸, 뉴런으로
가득 찬 우리 위는
어떤 의미로는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존재’로
뇌와 소통하지만
완벽하게 뇌의 일부는 아닌 존재이다,(141~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