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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다산책방, 2020.
<사라지지 않는 여름1>에서는
주인공 캐머런이 사춘기 시절 보통의 청소년이 그렇듯 ‘나’ 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형성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혼란스러움, 사고사를 당한 부모의 부재로 공허함.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춘기에 겪는 고통은 결이 다를 뿐 아직 경험의 폭이 넓지 않기에 절대적인 힘겨움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작가가 섬세하게 묘사하는 캐머런의 감정 흐름은 쉽게 공감되며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동성애를 치료 할 목적으로 입학하게 된 기독교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사라지지 않는 여름2>를 읽으며, 나는 캐머런이 마주한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동성을 사랑하는 학생들을 모아 이들의 성적지향을 전환하기 위해 교육과 상담을 하는 이 학교에서는 나 다움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캐머런은 적당히 학교 분위기를 맞춰가며 마음 맞는 친구와의 일탈을 위로 삼아 학교 생활을 견뎌내지만 누구보다
학교에 적응을 잘 하던 친구의 자해 소동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성적지향을 전환한다는 명목 하에 자기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학교. 캐머런은 결국 학교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배경이 30년
전 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고 편협하고 무자비한 기독교인으로 묘사된 동성애 교정 시설의 상담사에게 거부감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 불편함의 본질은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지점에 내가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나도 나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내 생각대로 재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기분이 나아진 건 릭이 내게 해답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도 답을 모른다고 털어놓고,
울음을 터뜨리고, 의심스러워 하고,
확신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지금까지 릭이 예수님이 이끌어 주신 대로 했던
그 어떤 일보다도 솔직해 보였다.
다른 모든 일들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