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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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상상출판, 2020.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는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좋아하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슛뚜가 4년 간 21개 도시를 여행하며 쓴 여행기를 묶어 낸 여행 에세이다.


여행했던 각 도시별로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낯선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52가지 에피소드로 담겨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 슛뚜와 여행 동반자가 된 듯 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썩 좋지 않은 기분에 지레 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걸었다.
온통 꽃밭이었다. 길을 헤매다 만난 곳에는 벤치가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무릎에 고개를 대고 누워 있었고,
여자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다.
일순간 그들이 사는 그림 액자 속에 갑자기 빨려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좀 전에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광경.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서서 다시 걷는 나는 어느새 싱글벙글이었다.
이때부터 여행하다 길을 잃는 것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85)


특히 이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가 그 광경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여행에서의 낯선 일상 이야기와 그에 들어맞는 사진이 함께하며, 저자는 독자를 여행의 동반자로 매 순간 초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유명 관광지에서의 짜릿한 경험이나 그곳을 담아낸 멋진 사진 한 장 없이도 책에 나온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게 만드는 건 오롯이 눈 앞에 현재의 것들에 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86) 깨달은 작가의 진솔함과 그 진솔함을 담아내고 있는 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반문한다.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여행함으로써 여유가 생긴다고 믿는다.
지갑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니까. (313)


책을 다 읽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내가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더하기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매 순간 긴장의 끈을 스스로 잡고 있는 나에게 슛뚜처럼 일단 저지르고 보는 여행을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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