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 암기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흐름이 잡히는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최미숙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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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최미숙 옮김, 북라이프, 2020.


사칙연산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빼기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더하고, 나누고, 배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도 빼기. 설득력 있는 기획서의 핵심도 빼기. 쌩떽쥐베리도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가 완벽한 상태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빼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전 인류 역사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기 위해 완벽한빼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정 지역에 한정해 서술하지도 않았으며, 연대순으로 기술하지도 않고 지도자, 경제, 종교, 지정학, 군사, 기후, 상품이라는 7가지 테마로 동서양은 물론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흔히 역사를 기술할 때 연대순으로 기술하면서 국가의 흥망을 다루다 보니, 전쟁의 역사에 치우치게 되는데,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군사적인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부제 처럼 암기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흐름이 잡히는책이다. 릿쿄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역사 잡지를 다루는 출판 편집자로 근무했다는 저자는 현재 세계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유사한 사실들을 묶고, 장황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쉽게 축약한 저자의 서술이 놀랍다. “테마가 있는 세계사 알...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 담긴 7가지 테마의 62가지 이야기 모두 흥미롭지만, 종교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 종교마다 수많은 종파가 가지처럼 뻗어 있어 하나의 종교를 한 권으로 요약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유대교, 불교, 유교와 도교, 그리스도교, 동방정교, 동방교회, 이슬람 등 거의 모든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각 종교의 종파에 대한 핵심내용까지 담고 있다. 각 종교, 종파를 한 문단으로 요약 비교하니 이해가 쉬웠다.


중동의 예루살렘은 어떤 의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교역로에서 크게 벗어난 데다
생활용수의 자급률이 낮아서 전략적 가치가 없는 땅인데도,
3
대 일신교(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성지라는 이유로
치열한 쟁탈지가 되었기 때문이다.(116)


그리스도교에서의 예루살렘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및 승천의 땅이라는 이유로 최대의 성지로 여겨는 곳이다.()
성분묘 교회 내부에 있는 예수의 묘를 둘러싸고는
그리스도교의 각 종파 사이에서 관리권 싸움이 치열하고,(
)
관리권을 둘러싼 분쟁은 최후의 만찬 기념 경당과
베들레헴 성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했다는 방을 둘러싸고
종파 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 열쇠를
무슬림에게 맡기고 있다.(117~118)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에는 우리의 제주도 신화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의 신화가 소개된 것이 반갑기도 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문전본풀이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정기적인 수확물을 신의 은총으로 이해하고
그 기원을 이야기하는 신화를 창조해 냈다.
신화학의 세계에서는 음식 기원 신화를 크게 두 유형,
하인벨레(Hainuwele)프로메테우스(Prometheus)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신이나 신과 비견할 만한 존재의 사체에서 음식이 기원했다는 것이고,
후자는 신이 인간을 위해 천계로부터 음식의 원료를 훔쳐다 주었다는 것이다.
(202~203
)


하이누벨레형 신화의 예로 한국 제주도의 문전본풀이신화를 들 수 있다.
이 신화의 마지막 내용에 따르면, 본부인으로 가장한 계모가
일곱 형제의 막내에게 들켜서 변소로 도망쳐 목을 매 자살을 한다.
그러자 아들들은 계모 사체를 다른 생물들로 화신시키는데
머리에서 돼지 먹이통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해조류, 귀는 소라, 손톱은 군부(딱지조개),
입은 솔치(물고기), 음부는 전복, 항문은 말미잘, 간은 해삼, 창자는 뱀,
배꼽은 굼벵이, 몸뚱아리는 각다귀와 모기가 되었다고 한다.(203)


문전본풀이는 제주도 무속에서 구송되는 것으로, 집안의 여러 공간, 즉 올레주목정쌀과 동서남북중앙 및 앞문, 뒷문, 그리고 조왕 및 측간을 지키는 신들에 관한 본풀이(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라고 한다. 문전은 문신(門神)을 나타내며, 본풀이는 무속신의 근본내력을 구비서사시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일종의 신화라 할 수 있으며, ‘문전본풀이는 집을 새로 짓거나 증축했을 때 행하는 굿에서 구송된다고 한다.


정랑에 목이 걸려 죽은 아비(남선비)는 집터와 집안 대지를 지키는 주목지신이 되었고, 일곱 형제는 동,,,,중앙을 지키는 대장군이 되고, 여섯째는 뒷문을, 그리고 가장 영리한 일곱째는 일문(앞문)의 신이 되었다고 하다.

한편 계모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일곱 형제의 도움으로 환생한 본부인은 부엌의 신’(조왕)이 되고, 변소로 도망쳐 목을 매 자살한 계모는 변소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집을 지을 때에는 부엌과 변소를 멀리했고, 변소에서 사용하던 것은 절대로 부엌에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제주도 신화>, 현용준, 서문당, 198)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다 보니 깊이 면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사에 대한 흐름을 잡고,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다른 책들을 참고하여 깊이를 더하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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