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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2월
평점 :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지음. 손화수 옮김. 리듬문고, 2019
누구나 살면서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한 번 이상은
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당첨금을 어디에 쓰면 좋을 지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도
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 들었던 상상 속에서는 당첨금을 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나를 위해 평소엔 엄두도 내지 못 했던 고가의 사치품 혹은 집이나 자동차처럼 정말 목돈이 들어가는데 쓴다면
당첨금을 다 쓰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조차 않을 테니까…
하지만 로또 당첨금을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좀 더 공익적으로 가치 있게 쓰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상상이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쓰는 작가 아른핀 콜레루드는 70년대 노르웨이 시골에서 성장한 자신의
어린시절을 투영하여 로또 당첨을 둘러싼 시골 마을의 순박한 이웃들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통의 어느 날 저녁, 프랑크와 엄마는 로또에 당첨되었다. 금액은 무려 30억원. 로또
당첨이 알려진 이후 프랑크는 학교에서 전교생으로부터 엄마는 가족과 동네 이웃 혹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당첨금을 나눌 수 없는지
추궁을 당한다. 프랑크가 받은 요청사항은 저학년들에게 필요한 살색 색연필, 런던으로 수학여행 가기, 스키장 설치 등 소소하거나 다소 엉뚱한
것들이었지만 엄마에게는 먼 친척의 병원비, 알지 못하는 이의 생활고 해결을 위한 생계비 지원 등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 요청들이 많았다.
넘치는 요청에 견디다 못한 엄마는 1억이 넘는 상금을 걸고 마을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을 뽑는 ‘친절경진대회’ 를 연다. 신문에 기사가 실리고 시골 마을은 들썩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상금을 노리고 누구에게나 드러나게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초반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었다. 무료로 잔디를 깎아 주는 사람, 굴뚝을 청소해 주는 사람, 페인트 칠을 해주는 사람, 심부름을 대행 해 주거나 심지어 파리를
잡아주는 아이 등 마을엔 착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착한 일을 한 사람들이 방해 받기 시작하고 마을은 친절경진대회를 열기 전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프랑크의 엄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이 습관이 되는 아름다운 마을을 꿈 꿨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상금을 노리고 착한 일을 하며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방해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가치
있게 로또 당첨금을 쓰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마을을 최악으로 만든 것이다.
마주하기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듯 프랑크와 엄마는 일주일 간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도 프랑크의 친구들은 마을 소식을 계속 전해주는데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진다. 무리하게
마을을 청소하던 고령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아이들을 위해 미니 골프장을 만들었던 농장에 불이 나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과연 마을과 프랑크 가족은 평온을 되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지게 되면 무슨 일을 할까.
햇살이 환할 때는 남들의 시선이 있으니 모두들 착한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둠의 옷을 입고 나쁜 짓을 한 후에 재빨리 몸을 피하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254쪽)
목적없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희생과 친절을 진정한 승자로 남기며 다행히 소설은 즐겁게 마무리 된다.
로또 당첨이라는 극적인 상황 뿐 만 아니라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심사숙고한다는 핑계로 고민은 길어지지만 결국 개인의 경제적 득실만을 따지고 있는 소설 속 거짓된 어른의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소설을 다 읽고 반추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