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일기
박명호 지음 / 인타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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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일기, 박명호 지음. 인타임, 2019


<만주 일기>는 소설가 박명호가 만주 지역을 방문하고,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과 교류하며 겪은 이야기와 생각들을 기록한 책이다. 만주 여행기이기도 하고, 한국 문학인과 만주 문학인의 교류사이기도 하고, 만주를 무대로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130여 페이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얇지 않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동안 만주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만주 일기>를 통해 만주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기록된 정사로서의 만주 역사도 흥미로웠지만, 만주를 무대로 살아간 우리 한민족과 만주족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 이야기들도 무척 흥미로웠다. 기록되지 않는 일상을 살아내 역사를 만든 일반 민중의 삶의 이야기는 과거의 무용담 처럼 흔히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정사에는 없는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 웃음과 감동이 있다.


우리에게 만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독립군개장수이다.
만주는 우리에게 두 번의 단절이 있었다.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천 년 이상의 단절이 있었고,
해방 뒤 이념의 대립으로 50여 년 단절의 시기가 있었다.
역사에는 정사가 있고 야사가 있듯이
문학에도 기록문학이 있고 구비문학이 있다.
독립군 이야기가 기록문학이고 정사라면
개장수 이야기는 야사이고 구비문학이다.(26)


<만주 일기>는 만주의 서쪽 항구도시 단동과 후금의 수도인 심양(봉천)을 시작으로 만주의 동쪽(북간도) 지역인 연변, 훈춘과 북쪽 지역인 목단강, 길림, 하얼빈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각 지역의 역사 만큼 지명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심양의 옛날 이름이 하늘을 받들다는 뜻의 봉천(奉天)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째서 하늘을 받들다는 도시에서 그 정반대의 뜻을 지닌
해가 침몰하는(
沈陽)’ 이름이 되었을까.
심양이라는 이름에는 한족들의 배만민족주의가 담겼다.
사실 그들은 봉천뿐만 아니라 만주라는 이름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주를 아예 3등분하여(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동북3또는 동북이라 한다.(30~31)


북간도라는 명칭은 참 특이하다.
두만강 이북 지역은 여진족의 금나라()의 고향이다.
그들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살던 곳은
봉금정책으로 비워두고 신성시했다.(
)
조선 쪽에서 사이섬(間島)에 간다 하면서
사실상 강 건너에 가서 농사를 지었다.
청이 망하면서 많은 조선인들이 사이섬 북, 곧 북간도로 건너갔다.
그래서 북간도가 된 것이다.(85)


이도백하는 백두산의 도시다.
백두산을 가려면 무조건 이 도시를 거쳐야 한다.(
)
이도백하는 백하(白河)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모두 백하라고 하는데
하천이 너무 많다 보니 순번을 부여해 투도(일도), 이도, 삼도..
십팔도, 이십 몇 도까지 있다.
백하는 이도백하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하천을 뜻하기도 한다.(90)


만주 대륙에서 발원한 고조선, 고구려, 부여, 옥저, 발해에 대해 우리의 역사로 인식하지만 그 만주 지역에 대해서는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그 만주 지역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조선족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이는 이문재 시인이 <우리는 섬나라 사람>이라는 시에서 이야기하듯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는 대륙에 위치하지만 분단의 상황으로 섬나라처럼 떨어져 있어서 생각이 갇힌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섬나라 사람>
여기는 섬나라다.
반도가 아니다. 삼면이, 삼면만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이 형용모순이 우리의 지독한 현실이다.
여기 섬의 북쪽을 보라.
반도의 남쪽을 섬으로 만든 북해는 바닷물이 없는 이상한 바다,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는 죽은 바다다.


<만주 일기>의 마지막에 안중근 장군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하얼빈에서 동북아평화를 위해 폭력적인 통일과 동화, 강제가 아닌 개별성을 인정하는 분열과 연합으로 유럽연합과 같은 동북아연합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섬나라처럼 갇힌 생각의 틀을 깨주었다.


모든 감동이란 첫 경험에서 일어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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