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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쌤앤파커스, 2019
<소를 생각한다>는
아일랜드의 ‘농사꾼이자 작가’인 존 코널이 글쓰기를 위해
고향집에서 아버지를 도와 목장을 운영하며 겪은 일화들을 기록한 책이다. 소설가의 좌충우돌 목장 일기이기도
하며, 작가의 고향인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1만 여년을 인류와 함께한 소의 역사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는 가축을 단순한 짐승이 아닌 훨씬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
가축은 역사의 피조물이요, 과거를, 우리의 과거를
담는 그릇이다.
나는 가축의 유전자와 몸에서 소뿐 아니라 주인인 농부들의 경주를 본다.
그 속에서 이야기들에 얹힌 이야기들을 본다.
작가와 농사꾼 중 어느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농사꾼이자 작가이다.(319~320쪽)
인간과 함께한 소의 역사는 프랑스 라코스 동굴 벽화에 새겨진 소와 이집트 록소르 신전(테베)에 새겨진 소의 이야기부터 진화론에 결정적 아이디어를 제공한
로버트 베이크웰의 동종 교배법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또한 아일랜드 목축, 유럽 목축 역사 뿐만 아니라 호주와 미국의
목축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또한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소와 피카소의 작품 등 회화에 남겨진
소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단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소가 아니라, 1만 여년을 인류와 함께한 소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는 1만 500년 가까이 인류의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유전학자들에 따르면 집소의 기원은 이란의 들소 한 무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록스 또는 위르라 불리는 이 들소 품종은 현재 멸종했지만,
한때는 위풍당당했을 것이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와 더 이전의 쇼배 동굴 벽화에
남아 있는 소 그림이 바로 오록스다.(29쪽)
소들은 성격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소는 착하고 어떤 소는 못됐고
어떤 소는 교활하고 어떤 소는 게을러터졌다.
기질도 다르고 기분도 변한다.
가장 순하던 녀석이 동료를 못살게 굴고
가장 다혈질이던 녀석이 송아지들이랑 놀아주기도 한다.
소의 세계에서는 인종주의가 없으며,
품종과 색깔이 달라도 서로 잘 지낸다.(27쪽)
<소를 생각한다>는
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 농경 사회인 아일랜드의 전통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자신의 땅에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소유한 것에 이름 짓기를 통해 애착을 가질 수 있으니, 땅을 기반으로 하는 농부에게 땅에 이름을 짓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땅에는 이름이 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웃들도 모두 자기네 땅에 이름을 붙였으니까.
그 이름은 대대로 전해 내려왔다.(21쪽)
농사란 어깨에 죽음을 짊어지고 왼쪽에 질병을,
오른쪽에 정신을, 앞쪽에 새 생명에 대한 기쁨을 데리고서
생존과 함께 걷는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땅뿐(…)
땅은 우리를 먹여 살리고 풍요롭게 한다.
땅은 우리의 생계 수단이다.
다른 생계 수단은 알지 못한다.
버치뷰가 이곳의 이름이다.
여기가 우리 집이다.(22쪽)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지만 그 생명의 경이로움과 소중함을 일상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생명의 경이로움과 소중함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목도할 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소를 생각한다>는 소와 양을 기르는 농장의 이야기이다
보니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임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다. 탄생의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물론 죽음을
목도하며 안타까움과 함께 소중함도 일깨워준다. 물론 농장일을 하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스물아홉 살이고 송아지를 직접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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