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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프리야 파커 지음, 방진이 옮김 / 원더박스 / 2019년 10월
평점 :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프라야 파커 지음, 방진이 옮김, 원더박스, 2019
우리는 자의 든 타의 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모임을 통해 서로 무리 짓고 살아간다. 때로는 모임의 참가자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최자가 되어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심적 어려움에 대한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는 행사를 주최할 때가
심적 부담이 더 크다. 참석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준비한 모임이 되려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게
된다. 물론 내가 참가하는 모임에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감내하는 부분도 있어서, 내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참여한 사람들도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어느정도 감내해 줄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불편함을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적 부담이 크다.
개인의 모임을 주최하는 경우에도 이러한데, 회사생활을 하면서
담당하게 되는 행사는 그 부담이 더 크다. 이런 행사는 소위 말해서 ‘잘해야
본전’이다. 행사가 매끄럽게 잘 진행되고 있으면 당연한 것이라서
잘한 것이 도드라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행사는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연례 행사쯤 되는 이벤트이다 보니, 아무리 잘해도 업무 평가에 플러스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잘 짜고 리허설을 해도 돌발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눈에 티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계획을
더욱 촘촘하게 짤수록 계획이 어긋날 확률이 더 크다는 역설도 있다. 문제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연례
행사 이벤트여도 망친 행사는 업무 평가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게 되니, ‘잘해야 본전’인 것이다.
이러한 부담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은 부담감을 조금을 덜어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펼쳐 들었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임’
전문 조력자인 프리야 파커가 15년간 모임에 대해 연구하고 조력하면서 쌓은 모든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참여하는 모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돕고자
집필했다고 한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은 모임의 목적을 정하고 참여자를 선정하는 등의 사전 준비단계부터 모임 참가자에게 목적에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모임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단계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세부적으로 10단계로 나눠서 실제적 사례와 함께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을 풀어내고 있다.
성공하는 모임의 10가지 조건
1. 모임의 진짜 목적을 정한다.
모임은 실험실이다. 분명하고 유의미한 목적은
우리를 흥미로운 실험으로 안내한다.
2. 목적에 맞춰 지킬 것과 버릴 것을 나눈다.
목적은 문지기다.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그 어떤 사람과 물건이라도 입장을 불허한다.
3. 회주(호스트)가 모임에 적극 개입한다.
자유방임은 다른 독재자에게 모임을 망칠 권력을 넘겨준다.
회주의 적극 개입은 필수.
4. 모임은 유일무이한 대안 세계여야 한다.
임시 규칙은 모임을 대안 세계로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자유와 상상력을 맘껏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
5. 목적에 맞춰 손님을 미리 준비시킨다.
제 아무리 잘 설계된 모임이라도 준비 안 된 참가자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목적에 맞게 손님을 예열시켜라.
6. 대안 세계로 입장하는 통로를 만든다.
모임을 일상 세계와 분리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통과한 토끼 굴은 모임에도 필요하다.
7. 명확한 출발 의식으로 참가자를 하나로 묶는다.
기대와 흥분 속에서 모임 시작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출발 의식이 필요하다.
8. 모두에게서 솔직한 모습을 끌어낸다.
우리는 서로의 단점 때문에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연약한 면모를 드러내라.
9. 적극적으로 논쟁을 유도한다.
성, 정치, 종교 이야기 환영, 분열 지점을 정면 돌파하면서
더 깊고 생산적인 소통을 경험한다.
10. 의미를 되새기며 모임을 종료한다.
손님은 연인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이별 선언을 들을 자격이 있다.
인상적인 마무리로 모임의 의미를 각인시킨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에서 제시된 많은 사례 중 깊은 인상을 남긴 사례들이 많았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레드훅 지역 정의 센터에서 위압적인 법정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전환해 재범률을 낮춘 사례나, 미국 오하이오주의 은퇴자 공동체 저드슨 저택에서 숙소 부족으로 고생하는 인근 음대생들에게 무료 숙소를 제공하고
은퇴자와 대학생들이 공동 생활을 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특히 인상이 깊었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레드훅 지역 정의 센터는
위압적인 공적 모임인 법정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생겨났다.
가난과 범죄에 시달리는 동네가 위기에 처한 2000년에 설립된 이 센터는
지역 공동체가 법 집행 기구와 맺는 관계를 바꾸고자 했다.(25쪽)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가?(26쪽)
오하이오 주에 있는 은퇴자 공동체 저드슨 저택 사례
2010년 클리블랜드 음악 학생들이 숙소 부족으로 고생
저드슨 저택 이사회는 클리블랜드 음대에서 학생 두명을 초대해
노인 120명과 공짜로 살게 했다.
대신 그 학생들을 음악회를 열거나 음악치료 수업을 제공하면서
이곳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저드슨 저택에서 얻은 교훈은,
모임의 특별함이 꼭 똑 같은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만
모임을 한정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모임 유형들에서는 구성원 자격을 넓게 잡았을 때
구성원들 사이 관계가 얄팍해진다.(79~82쪽)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교 시어도어 젤딘 교수의 생일 파티에
차려진 ‘대화 메뉴’는 생일 파티라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며, 제시된 ‘대화 메뉴’는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안내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시어도어 젤딘의 일흔 여섯 번째 생일 파티(…)
(에 차려진)“대화 메뉴”(…)
“살아오면서 당신의 우선순위가 바뀐 적이 있나요?”
“당신의 출신 배경과 경험이 당신을 구속했나요.
아니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살면서 시간 낭비를 했다고 여기는 때는 언제인가요?”
“과거에는 어떤 것에 반항했고, 현재는 어떤 것에 반항하고 있나요?”
“당신 열정의 한계는 어디입니까?”(301쪽)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은 성공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전하지만 모임 운영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파티 문화 등을 한국적 맥락에 맞게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은 목적에 부합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참여자
만족에 목적을 둔다면 앞으로 준비하는 행사에서 정형화된 형식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준비하는 부담도 조금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이 해가 바뀌어서도 계속 반복되면,
사람들은 모임 목적뿐 아니라 모임 형식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 형식 자체가 사람들의 소속감과
집단 내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애착은 형식이 집단의 목적과 필요에 맞아떨어질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 필요가 달라지고, 형식이 달라진 필요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모임 형식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그 필요를 희생하는 결과를 낳는다.(33~34쪽)
목적을 가지고 배제하는 법을 배워야만
목적이 있는 모임을 시작할 수 있다.
문을 닫을 줄 알아야 한다.(66쪽)
버락 오바마의 이모는 그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모두가 가족이라면 아무도 가족이 아닌 거란다.”(…)
‘모두가 초대되었다면 아무도 초대되지 않은 것이다.’(…)
문을 닫아야 비로소 방이 마련된다.(69쪽)
자유방임은 배려를 가장한 이기주의다.(111쪽)
나는 여러분에게 회주로서 지니는 권력을 받아들이고
행사하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님을 보호하고 평등하게 대우하고
서로 연결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141쪽)
에티켓이라는 표준이 고정적이고 위압적이고 배타적이라면,
임시 규칙은 이런 특징들을 완전히 뒤집을 힘을 지니고 있다.
더 실험적이고, 겸손하고, 민주적이고,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모임을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다.(174쪽)
에티켓은 엄격한 통제를 권하지만 임시 규칙이 적용되는 모임에서는
대담한 도전과 실험이 허용된다.
규칙은 임시로 허구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규칙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두가 그 규칙에 기꺼이 복종하기 때문이다.(175쪽)
혼자서는 해낼 수도 없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도 없고,
치유할 수도 없는 것이 모이면 가능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스스로를 가장 강한 존재로 내세우면서
마음 흔들리는 일은 거의 없는 것처럼 연기한다.
우리는 모여야만 자기를 도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임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도움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289쪽)
모임에서 진짜 모습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접근법이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생각 말고 경험을 들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292쪽)
당신도 나처럼 모임에서 성, 정치, 종교
이야기는
피해야 한다는 격언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흥미롭지만 위험한 주제는 피하라는 이 계명은
보편 원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조언만큼 모임을 지루하고
평범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도 없다고 믿는다.(316쪽)
우리는 모임에서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논쟁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논쟁은 언제나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통제 불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위험 자체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우리는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남들과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324쪽)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일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만큼이나
사람들의 경험과 보람과 기억을 빚는 데 영향을 준다.(3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