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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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팩토리나인, 2019


15년전 회사에 입사하며 세운 목표는 얼마나 높은 자리까지 오를 것인가, 그래서 얼마나 오래 다닐 것인가였다. 그것이 직장생활의 성공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1년 여쯤 지났을 무렵 어느 임원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이러한 성공조건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한 회사에서 30여 년을 재직하며 한 손에 꼽힐 만큼의 지위까지 올랐던 임원으로 그 자리에 오를 만큼 업무 역량도 탁월했고,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산하 조직 팀장들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회의를 진행하던 중 전화를 한 통 받게 되고, 전화를 끊은 후 샌드위치를 내려 놓으며 밖에 나가 점심을 먹자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근처 생태탕집에서 식사를 하며 후배들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인사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나는 30여 년을 일하면서 오늘 이 순간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회사생활을 했다. 대기업의 임원이니 돈도 많이 모아 놨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회사가 아니어도 할 일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당장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너가 아닌 이상, 로열 패밀리가 아닌 이상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춘을갉아 넣어 얻은 영광의 끝이 해피앤딩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직장 생활의 성공조건이 바뀌었다.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인지, 얼마나 오래 다닐 것인지가 아니라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마지막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회사는 내가 회사를 떠난 이후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회사를 떠난 이후를 준비하도록 도와주지도 않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업무가 분화되어 있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온전히 떼어 나가도 결코 내 일이 되지 않는다. 시계 초침만 꽂던 사람이 독립해서 시계 전체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그러한 독립을 위한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직장생활을 본업으로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일이 투잡, 부업인 사람도 있고, 취미보다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어떻게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회사는 나의 무엇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따라서 회사에서 일을 하며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렇게 치열하게 일하면서 나는 무엇을 얻거나 쌓고 있는지,
이 업무를 통해 기르는 나의 역량은 회사라는 계급장을 뗀 후에도
내게 남아 있을 것인지 등을 계속해서 따져 물어야 한다.(62)


노력은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에 집착하는 것은
애석하게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49)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에 소개된 9명의 직업은 다양하다.

외국계 기업 근무 +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브 운영
교육콘텐츠 기업 근무 + 취향로 3운영
국내 기업 시스템 개발팀 근무 + 소설가
금융회사 마케팅팀 근무 + 커뮤니티 해라!클래스운영
대학 겸임교수 + 커뮤니티 낯선 대학운영
IT
기업 마케팅팀 근무 + 독립출판, 커뮤니티 운영
협동조합 근무 + 화가, 캘리그라퍼
초등학교 교사 + 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운영
작가 겸 칼럼리스트 + 번역가, 강연자


흔히 회사 밖의 활동을 활발히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은 회사를 무척 애정하고 평균 이상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회사생활만 할 때는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알아주는 사람도,
돌아오는 것도 없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쉽게 억울하고 서운해졌다.
그런데 회사가 주는 안정성을 기반 삼아 회사 밖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조금씩 병행하니, 오히려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
그리고 내가 회사에 다해야 하는 책임이 뚜렷해졌다.(146)


저자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회사가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고, 직장인의 새로운 여가활동을 인식되고 있으며, 본인 업으로의 독립을 위한 검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생산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공감이 가고 수긍이 되는 이야기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왜 이렇게 딴짓 벌이기에 관심이 많은 걸까?()
첫째, 젊은 세대는 회사가 자신의 10년 후, 20년 후를
책임져줄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회사의 권위를 자신의 권위로 착각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둘째, 사이드 프로젝트는 사는 낙이 필요한 직장인의 새로운 여가활동이다.()
셋째, 사이드 프로젝트는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가설 검증 수단이다.(
)
이 모든 걸 아우르는 것은 생산의 욕구()
온전하게 나의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일을 손에 쥐고자 하는 욕구다.()
모두 각자만의 생산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175~178)


회사에서 우리는 대개 생산적으로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생산적으로 일을 하는 것나의 것을 생산하는 일은 다르다.(178)


저자는 새로운 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게라도 시작해보라고 이야기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시도들을 통해서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회사에서 나의 커리어로 바꿔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 일로부터 어떤 성과를 얻을 때까지
꾸준히 달리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마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일일 것이다.(92)


생각해보면, 딴짓만큼 세상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역도 없는 것 같다.
해봤는데 별로라면 그만두면 그만이다.
해봤는데 결과물과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로
내게 즐거움과 활력을 준다면 좋은 일이다.(196)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두렵다.
안정감을 주는 곳에 머물면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내 안의 잠재력을 꺼내 쓸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잠재력을 개발하지 않고
계속 안전한 곳에 머무는 일이야말로
궁극적으로는 안정성을 해치고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206)


이 책의 메시지는 아주 소소하고 간결하다.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하고
나의 자리를 다지기 위해서는
회사 중심으로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90)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통해 어쩌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준비를 다시금 일깨울 수 있었다. 어떤 거창한 것보다는 가볍게라도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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