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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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은모든 지음, 아르떼, 2019


 

2018년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명치료 시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고통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다 편안한 죽음을 위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노인요양원의 운영 실태들이 고발되면서 이제는 잘 사는 것(Well-Being) 못지 않게 잘 죽는 것(Well-Dying)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도 인간으로써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몇몇 요양원의 운영 실태는 충격적인 것으로 요양이라기 보다는 시설격리에 가깝다고 할까? 인간의 존엄보다는 관리의 편리함, 경제적 수지타산을 따지는 것이 앞서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상생활을 유지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쇠약한 육체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그 삶을 스스로 종결짓는 것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할머니가 곧 일정을 잡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렇군요.
지쳐 보이시네요. 그럼 안녕히, 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76)


 

이러한 가운데 아르떼의 작은책’ <안락>은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일정 연령이 지난 사람이 임종 일정을 정하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단지 허용해야 하는지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전개되기 보다는 존엄사를 준비하는 노인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나라면 이 존엄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또한 존엄사를 준비할 것인지 고민하게 했으며, 내 가족이 존엄사를 선택한다면 나는 어떻게 하게 될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은 오후 네 시에 잡혀 있었으므로
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셈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긴장이 됐고,
그러자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138~139)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보다, 혹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기계 장치에 의존해 연명하면서 임종의 순간 가족들과도 함께 할 수 없는 죽음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존엄한 인간의 마지막길과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사회에 존엄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문제들도 내포하고 있어 향후 10년 내에 법적 요건을 갖출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법적 허용 여부를 떠나서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달라질 것 같다. 이제까지 죽음이란 애써 외면하고 피해야하는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할 주제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죽음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분으로써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한 추억을 반추하며 마무리하는 삶을 위해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지금까지 인생의 화두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화두가 될 것 같다.


아르떼에서는 소설이 어떻게 삶을 자극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자 한국 소설전 작은책시리즈를 펴냈다고 하는데, 분명 작은책으로 분량은 적으나 여운은 길게 남는다. ‘작은책안락은 팟빵’, ‘밀리의서재에서 배우 한예리가 낭독한 소리책(오디오 소설)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안락>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의연함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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