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19


<꿈의 책>은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헨리와 그를 돌보게 되는 전 애인 에디그리고, 사고 전에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병상을 지키는 아들 샘, 이렇게 세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실 세계와 중간 세계, 꿈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이지만 중간 세계와 꿈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인해 마치 함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첫 장을 열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중간 세계와 꿈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했다.


2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끔 꿈에 나온다. 살아계시는 동안 서로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꿈에 나오셔도 말이 없으시다. 나는 꿈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나는 알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는 경험을 했었는데, <꿈의 책>에도 이와 똑같이 묘사하는 부분이 있어 놀랐다. 물론 나는 그 순간을 즐기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고, 그저 덤덤했고, 때로는 원망하는 마음, 서운한 마음이 들기만 했었다. 왜 나는 즐길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내 꿈속에서 대개 아버지는 자신이 돌아가셨다는 걸 모르셔.
나는 그걸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아.
그 순간을 아버지와 함께 즐겨.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한 공간에 같이 머무르고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걸 즐겨.(253)


그리고,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샘을 통해서는 우리 모두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모두 다를텐데, 모두 나와 같이 느낀 것이란 착각을 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아직까지 주변에 샘과 같이 색깔로 인식된다는 사람은 없지만, 분명 오감의 민감도, 감수성에 따라 느끼는 세상은 저마다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느낀다.
나는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본다.(23)


<꿈의 책>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깨닫게도 해준다. 진부한 명제로 삶은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헨리와 에디, 샘이 바라보는 삶과 죽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가 바라보는 삶과 죽음을 떠 올리게 한다.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삶의 순간들이 유한한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또한 부와 명예의 축적을 행복이라 여기며, 삶이 주는, 자연이 주는 축복을 희생한 것은 아닌지, 아직 오지도 않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저당잡히는 도박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살아생전 이 땅에서 아무리 소중히 여긴 것이라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들을 가져갈 수는 없다.
황금, 재산, 아름다움, 권력, 그 어느 것도.(
)
두 번째 진실이 있다.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빛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476~477)


<꿈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주한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앞으로 남은 생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지, 우연으로 떠밀리기 보다는 적극적인 선택하고자 다짐한다.


텅 빈 심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우연들은 끝에 이르러야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나는 놀라운 사건들이란다.
그것들은 네게 삶을 변화시킬 것을 제안한단다.
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어.(126~127)


인간은 어떤 순간이건 결정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 어느 것도 그냥 단순히 일어나지않는다.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거짓말을 할 것인지. 진실을 말할 것인지.
비열한 인간일지. 또는 아닐지.(374)


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477)


내 꿈속에서 대개 아버지는 자신이 돌아가셨다는 걸 모르셔.
나는 그걸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아.
그 순간을 아버지와 함께 즐겨.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한 공간에 같이 머무르고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걸 즐겨. - P253

나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느낀다.
나는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본다. - P23

살아생전 이 땅에서 아무리 소중히 여긴 것이라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들을 가져갈 수는 없다.
황금, 재산, 아름다움, 권력, 그 어느 것도.(…)
두 번째 진실이 있다.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빛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 - P477

우연들은 끝에 이르러야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나는 놀라운 사건들이란다.
그것들은 네게 삶을 변화시킬 것을 제안한단다.
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어. - P127

인간은 어떤 순간이건 결정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 어느 것도 그냥 단순히 ‘일어나지’ 않는다.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거짓말을 할 것인지. 진실을 말할 것인지.
비열한 인간일지. 또는 아닐지. - P374

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 - P477

그들은 늘 우리에게 거짓말해.
처음엔 우리가 어리기 때문이고,
나중엔 더 이상 어리지 않기 때문이야.
- P28

밤에 눈물을 다 쏟아내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울고 싶은데 마음이 텅 비어서
절망스러운 경우가 자주 있어요.
텅 빈 것, 그게 제일 나빠요.
절망이 모조리 소진되어서 더 이상 고통을 표현할 수 없게 되는 것.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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