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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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민음사, 2019


"바보야, 문제는 상위 20%."


2008월가 점령 시위로 촉발된 1% vs 99%, 망한 회사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비난을 자초한 1%에 대한 99%의 반감. 99%의 반감은 경제민주화라는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대선의 핵심 공약은 경제민주화였다. 모든 후보가 용어만 서로 다를 뿐 경제민주화를 주장했기에 누가 당선이 되든 경제민주화는 실현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불평등은 완화되지 않았다. 일부의 수치들이 완화되었음을 주장할지 모르지만 99%의 체감으로는 결코 완화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슈퍼 리치인 워렌 버핏, 빌 게이츠와 제프 베조스가 부유세를 제안하기도 했다. 놀라웠다. 세금이라는 것이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적게 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는데, 스스로 세금을 많이 낼 테니 더 걷어가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보다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부자들이 더 걷으라는데도 불구하고 부유세가 도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에게 부과된 세금으로 99%를 위한 복리후생을 마련한다면 대다수 유권자인 99%에게도 지지받을 수 있을 정책인데, 어째서 도입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20 vs 80의 사회>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대립의 갈등은 1% vs 99%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1%의 부자증세는 곧 중상류층의 증세가 필연적으로 따른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와 행정부에 소속된 사람들은 대체로 상위 20% 중상류층에 속한다. 부자증세는 이들의 세금을 같이 높일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로 입법하지 않는다. 그럼으로 부자세도 입법되지 않는다. 놀라웠다.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우리는 이기적이 되었다.(
)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조세 혜택을 당연한 특권인 듯이 받아들이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기회를 차단하는 식으로 이기적이다.(228)


하나의 계급으로서 우리(중상류층)는 매우 강력한 집단이다.
우리는 매우 성실히 투표하는 유권자다.
투표율이 80퍼센트에 육박한다.(
)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지위는 상당 부분 중상류층이 차지하고 있다.
기자, 학자, 연구, 과학, 광고, 여론 조사, 출판, 미디어, 예술 등은
그 속성상 중상류층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좋은 영역이다.(228)


<20 vs 80의 사회>는 부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상류층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과 무관하며, 이들이 사회적 지위를 독점하고 있고, 이를 세대를 넘어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행동함으로써 유리 바닥을 만들고 있음으로써 계층 간 이동을 막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눈에 띄는 입법의 형태라기 보다는 부모의 지위는 어떠한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고등 교육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등이 불공정하게 만들어져 있음으로써 계층 이동을 막는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나쁜 의도에서의 행동이 아니다. 단지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선한 이기적 행동으로 비롯된다. 다만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은 상대적 비율이므로 상위 계층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하위 계층이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20퍼센트는 중상위층 아이들이 특권을 가지고 태어나고, 계층 간 이동성이 막혀있고, 기울어진 일자리 시장과 불공정한 기회 사재기 전략으로 인해 불평등을 유지한다고 이야기 한다.


경제, 교육,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불평등이 커지고()
이 현상들이 더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의 결과이며
무엇보다 중상류층이 분리된 데서 생겨나는 결과다.(
)
최근 몇십 년 사이 다양한 영역에서 중상류층이 누리는 특권들이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면서 각각은 나머지의 효과를 한층 더 강화했다.(59)


미국의 중상류층인 우리에게 인생은 썩 괜찮다.
우리는 불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쉽게 회복되었고,
이제는 풍요로운 경제의 트랙에 다시 올라탔다.
우리가 계급으로서 누리는 이점은 은행 잔고 수준을 훨씬 넘어서
교육 수준, 직장에서의 통제력, 동네의 질, 자신 있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
건강, 식생활, 수명, 가족의 안정성까지 포함한다.(59)


중상류층 아이들은 사립 학교에 가든지 공립학교에 가든지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학과 외의 교육 기회도 풍성하게 누린다.(79)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질 경우
더 깊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상류층 부모는 자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 주고자 할 동기가 커지며,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도 있다.
그래서 기회 사재기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자녀의 하향 이동 위험을 줄여 주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위쪽이 더 경직적인 계층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중상류층은 자녀가 계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재분배 정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줄어든다.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112~113)


노동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재능과 기술,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는
나고 자란 환경에 따라 매우 불평등하게 주어진다.(118)


현재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이 가진 문제는
시장이 인정하는 종류의 능력이 불평등하게 육성된다는 데 있다.
대체로 중상류층 아이들은 노동 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능력을 갖춘 상태여서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선다.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은 계급 장벽을 부수기는 커녕
유지하고 영속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변질되었다.(119)


, 책임, 기회, 분배 등의 문제는()
첫째, 시장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불평등은
경쟁을 준비할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했다는 전제에서만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그런 경우라도 시장 경쟁의 승리자가 그 승리의 결과로 획득한 것을
전부 차지하는 것이 도적적으로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
다음 세대에게 경쟁을 위한 준비할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현 세대의 승리자가 획득한 것을 재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강건하게 능력 본위적 시장을 허용하되, 아니 촉진하되,
그와 동시에 시장이 인정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는
적극적으로 평준화하는 사회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129~130)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가() 인턴이다.
그리고 여기에도 기회 사재기가 만연해 있다.
인턴 제도는 노동 시장 규제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기 때문에
연줄을 통해 서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알음알음 분배된다.(171)


기회 사재기는 하나의 커다란 기계가 작동해서 나오는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선호들이 일으킨 효과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다.
내 딸이 좋은 대학에 동문 자녀 자격으로 입학할 수 있게 조금 밀어 주는 것,
내 아들이 인턴 자리를 잡아 전문직 직업의 세계를 맛볼 수 있게 돕는 것,
주택 밀도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등을
하나씩 따로따로 보면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미시적 선호들이 그렇듯이 이런 것들이 종합되면
사회 전반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179)


과거 인종 차별에 쓰이던 제도들은 버려지지 않았다.
최근 몇십 년 사이, 그것들은 다소 완화되고, 정상화되고, 미묘하게 용도가 바뀌어
중상류층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179)


변화를 위한 정치적 연대를 이루려면 중상류층처럼 강력한 유권자 집단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나 이민자라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진보주의자들은, 슈퍼 리치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 구도에서는 우리의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우리(중상류층)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229)


최근 우리사회는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촉발된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을 넘어 젊은 세대의 불공정에 대한 이슈로 뜨겁게 달궈졌다. 후보자의 자질 보다는 가족을 수사하고 망신주기 등으로 후보자를 압박하는 정치적 공세와 더불어 서울대, 고려대 등 불공정한 대학입학, 고등학생의 논문 저자 등재 등 불공정한 기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박탈감 표출도 있었다.


대합 입학 뿐만 아니라 인턴을 뽑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반칙의 사례를 목격했다. 법적으로 처벌될 근거가 없어 처벌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외침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 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20 vs 80의 사회>를 통해 그 때 그 때의 이슈에 집중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하는데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20 vs 80의 사회>는 이러한 불공정한 기회로 만들어진 유리 바닥을 없애기 위해서는 중상류층이 먼저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계급 사회를 깨고 탄생한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가 다시금 유리 바닥으로 인한 계급사회로 접어든다면 결코 유지 가능하지 않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유리 바닥을 없애는 것이며, 내 자녀들이 하위 계층으로 이동할지라도 그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듦으로써 불평등을 없애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중상류층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가 (그리고 손주가) 장래에 여전히 중상류층 지위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덜 갖게 된다면 재분배 정책을 더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녀가 하향 이동을 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충분히 존재한다고 느낀다면 하향 이동을 할 때 연착륙할 수 있게 해 주는 정책에 더 열린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110)


특정한 관행이나 행동이 잘못되었을 경우, 꼭 그것이 만연해 있거나
악영향이 심각해야만 그것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기회 사재기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도록 허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사소한 문제라는 주장은 동문 자녀 우대제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도
사용될 수 있다.(147~148)


<20 vs 80의 사회> 저자는 서문에서 한 문단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책의 내용이 어떠한 지 이해할 수 있게 하였지만, 저자가 미국사회를 통해 진단한 계층 이동 경직성이나 유리 바닥을 만드는 선한(?) 이기심의 작동원리, 기회 사재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미국 중상류층은 나머지 대중으로부터 확연하게 분리되고 있다.(2)
불평등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며(3) 세대를 거쳐 전승된다.(4)
이러한 계층 분리는 노동 시장에서 가치가 인정되는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가
중상류층에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5)
중상류층이 불공정하게 기회를 사재기하기 때문(6)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며(
)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은 중상류층이 부담해야 한다.(7)
(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중상류층의 각성이 필요(8)(19~20)


소득 하위 20퍼센트 가구 출신 아이 중 적어도 3분의 1
성인이 되어서도 하위 20퍼센트에 남는다.(
)
10
명중 6명은 하위 40퍼센트에 남는다.()
소득 상위 20퍼센트 가구에서 자란 아이 중 37퍼센트가
성인이 되었을 때도 소득 상위 20퍼센트에 존재한다.
이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들이 바닥 칸에 고착된 것만큼이나
강하게 꼭대기 칸에 고착되어 있다.(
)
소득 대신 부를 지표로 잡아 살펴보면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은 심지어 더 낮으며,
역시 꼭대기 쪽이 더 경직적이다.(96~98)


유리 바닥에 대해 연구하면서 인지 능력 점수가 낮은 아이들의
 
하향 이동을 막아 주는 가장 좋은 방어선은
4
년제 대학 진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학이 계층의 상향 이동성에 중요하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지만,
대학은 그 반대의 효과도 낸다.
부유하고 덜 똑똑한 아이들의 하향 이동을 막아 주는 것이다.(134)


계급의 영속성에 일조하는 또 다른 요인() ‘기회 사재기.
중상류층이 실력을 갖춰서가 아니라
경쟁의 판을 조작해서 승자가 될 때 발생한다.(146)


기회 사재기는 가치 있고 희소한 기회들이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분배될 때,
즉 분배가 개인의 성과와 관련 없는 요인들에 영향을 받을 때 발생한다.(
)
기회는 미래의 전망과 관련해서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전망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연줄, 자질, 기술 등을 발달시킬 기회를 말한다.()
기회는 희소해야 한다’() 명문 대학이 좋은 사례다. ‘아이비리그가 의미를 가지려면
모든 대학이 아이비리그여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지위재라고 부르는데,
지위재의 가치는 그것을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없다는 데서 나온다.(
)
기회가 반경쟁적인방식으로 분배될 때()
미국의 중상류층은 사립 학교, 명문 대학, 전망 있는 첫 직장과 같이
희소하고 가치 있는 기회들을 다른 계층 사람들보다 많이 누린다.(
)
중상류층 아이가 SAT 성적이 높아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기회 사재기가 아니다.()
그런데 SAT 점수가 커트라인보다 낮은데도
동문 자녀 우대를 받아 합격한다면 이것은 기회 사재기다.(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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