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소속감 - 슬기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위트 있는 반격
김응준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놈의 소속감, 김응준 지음, 김영사, 2019


<그놈의 소속감>은 시작부터 놀라웠다. 책표지 책날개를 보고 놀란 건 <그놈의 소속감>이 처음이었다. 표지에 적힌 <그놈의 소속감>, 김응준을 보고 실명인가 싶었다. 부제가 슬기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위트 있는 반격이기에 가명일 것이라 생각했다. 실명이라면 대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조직생활을 경험한 컨설턴트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책표지를 보는 순간 놀라게 되었다.


김응준
쓰는 내내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너무 신경 쓰였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5
급 공무원, 어느덧 4년 차다.(책표지 날개)


현직 공무원이었다. 주제의 흥미로움보다 걱정부터 앞섰다. ‘? 현직 공무원이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그것도 실명으로 써도 괜찮나?’ 싶었다. 물론 이러한 걱정은 내가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자기검열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어느 조직이든 조직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눈치 보지 않고 공무원이어서 하지 못했던 말, 공무원이라 하고 싶은 말을 썼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눈치 보는 거, 딱 질색이다.
각자의 생각, 환경, 생활 방식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소속감과 사명감은 알아서 길러볼 계획이다.(채표지 날개)


원래 속에 있는 말을 잘 참지 못한다.
이제 와 후회되는 일도 많지만 그것은 타고난 성격이다.
속으로 엎치락뒤치락 고민하는 대신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을 선택했다.
공무원이어서 하지 못했던 말, 공무원이라 하고 싶은 말을 썼다.(7)


<그놈의 소속감>은 부제 슬기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위트 있는 반격이라는 말처럼, 저자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겪은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조직에 있든 누구나 겪는 상황이지만 앞에서는 당당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속한 조직에서 겪는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공무원 조직은 폐쇄적인 곳이다.
흐르는 물보다는 고인 물에 가까운 조직이라
매일 보는 사람과 꽤 오래 부딪쳐야 한다.
실제 정년까지 다니게 되면 한 동료와
세 번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입사하자마자부터 들었다.
소셜한 조직이라 트러블이 생기면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일만 잘해서는 안 되는 조직이란 말을 일주일에 한 번씩 들으며 출근한다.(29)


사람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군들 좋은 의견을 내고 빠르게 회의를 끝내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말하면 내 일이 되고 그걸 돕거나 보호해주거나 끝까지 지지해주는 사람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사라지기 때문이다.(33)


아무리 편한 상사라도 상사는 상사다.
동료나 동기만큼 편할 리 없다.
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앞서가는 사람이야
나는 부하 직원들과 성공적으로 소통하는 상사야
나는 신문에서 구글의 조직 문화를 배우고 익힌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다시 한번 검토해주시면 좋겠다.(
)
억지로 소통하려고 하면 오히려 소통이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사람이 몰린다.(35)


성과 보상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조직에는 특징이 있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일부터 벌이고 보기를 택한다는 점이다.
일의 성공 가능성이나 현실성은 차후의 문제다.
특히 국가가 하는 일은 그 일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63)


재미만 기준으로 한다면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 있다.
바로 회사 대회의실이다. 대회의실만 들어서면 예능 감각이 간절해진다.
대회의실이 과연 어떤 공간이냐 하면, 모든 공무원 조직에 있는 대형 회의 장소로,
고위직부터 말단까지 어떤 민간인이 들어와서 보더라도
누가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인지 알 만한 대형으로 앉아,
창의적인 생각과 대안을 내놓으세요라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장소다.
긴장되고 숨 막혀서, 어떤 발언을 하고는 싶은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76~77)


바쁜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도 바쁘고
안 바쁜 사람은 언제나 안 바쁘다는 점이다.
일이 자리를 따라가야 하는데 사람을 따라다닌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더 바쁜 자리로 옮기고,
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덜 바쁜 자리로 옮긴다.(143)


처음 직장에 들어와 놀란 게 있다.
소속감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면
소속감이란 게 으레 생길 거라 믿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서다.
행여나 오해는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소속감이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소속감이 아니라
조폭 세계의 상명하복에 가까운 것이다.
이런 어른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내가 초임 시절에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되는,
딱히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39)


저자가 말한 소속감을 가지라는 말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사기업에서는 로열티라 부른다. 업무 능력 보다는 조직에 대한 순응도를 표현하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사기업에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고도 한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별 저항 없이 사용한다. 주인이 아닌데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소속감을 가지라는 것처럼 어색한 말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주인이 되는가? 주인 아닌 자의 주인의식은 노예근성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다시 <그놈의 소속감>으로 돌아오면 저자는 단지 관료화 된 조직, 조직문화만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이왕 속한 조직에서 나름대로의 소속감과 사명감을 갖고, 불합리해 보이는 모습들을 관례처럼 답습하지 않고자 하는 다짐들도 담겨있다.


내가 혐오했던 사람으로 나 자신이 변해가는 현실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100)


방구석 여포형 상사는 정말 피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고 있다.
아니면 아니다, 옳으면 옳다고 말하는 대신, 좋은 게 좋다고 말하는 것이
조직생활을 편히 하는 훌륭한 방법임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104)


생각해보니 항상 밝게 떠들며 사무실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고,
퇴근할 때까지 내내 우거지상인 사람도 있다.
밝게 웃는 사람 옆에선 억지로라도 한 번 더 웃게 된다.(
)
나는 직장 동료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는 사람일까.
일단 나부터 노력해서 나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156~157)


단순히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에 갇혀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조직이 원하는 순응하는 인재상과는 별개로,
삶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직장 밖과 안에서 목표를 설정한 다음
꾸준히 점검해보는 것. (166)


자기 만족감을 키워볼까 싶다.
만족감이란 언제나 주관적이다.
같은 일이라도 나만의 시각으로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167)


인간의 생애주기 중 육체의 최절정기인 청년기, 장년기에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 이상을 할애하여 빛나는 청춘을 갈아 넣어야 하는 직장생활. 젊음을 바쳐 일하는 만큼 개인의 성장은 물론 행복한 직장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의 삶의 목적은 아니다. 행복한 직장생활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놈의 소속감>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직장생활에서의 행복은 일이 아닌 휴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쁘게 일하는 동안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하고 난 다음에 오는 휴식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시간 속에 오는 것 아닐까.(178)


<그놈의 소속감>은 공무원이든 민간기업이든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이미 속한 조직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