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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스쿼드 - 내 마음에 불을 지른 역대 최강 여성팀 20
샘 매그스 지음, 젠 우돌 그림, 강경이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걸 스쿼드』, 샘 매그스 지음, 젠 우돌 그림,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9
‘걸 스쿼드’는 강한 유대감과 동료애로 뭉친
절친한 여성들의 집단을 일컫는다고 한다.저자 샘 매그스는 “‘걸
스쿼드’가 요즘 들어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7쪽)라고 이야기하며, <걸 스쿼드>를 통해 “선구적인
여성들이 최초이자, 아마 가장 중요한 걸 스쿼드라” 말할
수 있는 여성팀을 소개하고 있다.
걸 스쿼드란 여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때 서로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일이다.
단 한 명에게만 배정된 여성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고
우리 모두에게-민족과 인종, 계급, 성적 지향, 성정체성, 능력과
상관없이- 자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이다.(8~9쪽)
최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긍정의 흐름들이 있지만 건전한
토론보다는 혐오적 언어들이 미디어를 통해 기계적 균형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혐오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언어가 아니다.
아무튼 저자 샘 매그스는 “여성 연대를 통해 차별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 사례들을 <걸 스쿼드>에
모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연대에 대한 긍정적 사고는 우리 여성들이 친구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우정의 마법 같은 힘으로 우리는 우리를 주저앉히는 장벽을 허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보살피기보다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서로를 일으켜 세운 역사 속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우리 삶에서도 똑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분열하는 대신 연대할 수 있다.(8쪽)
부제
‘내 마음에 불 지른 역대 최강 여성팀 20’이라고 소개된
것과 같이 스퐃포츠, 정치/사회운동, 전사, 과학자, 예술가
다섯 분야의 20팀을 소개하고 있다.
스포츠 스쿼드
해녀 : 대한해협의 겁 없는 프리다이버들
셜리 퍼스와 샤론 퍼스 : 스키로
올림픽까지 간 캐내다 원주만 쌍둥이 자매
1964년 일본
여자 올림픽 배구팀 : 배구계를 휘어잡은 “동방의 마녀들”
메디슨 키스와 슬론 스티븐스 : 네트
너머로 손을 내민 테니스 신동들의 우정
정치/사회운동 스쿼드
쯩짝과 쯩니 : 한나라에 맞서 봉기를
이끈 베트남의 자매
마농 롤랑과 소피 그라샹 : 프랑스
혁명의 앞줄에 앉은 두 친구
이란 애국여성동맹 :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운 페르시아의 여성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 미국 연방 대법의 슈퍼 대법관들
전사 스쿼드
다호메이의 전사 : 세상을 놀라게
한 왕실 근위대
앤 보니와 메리 리드 : 거친 바다를
다스린 해적들
홍등조 : 중국을 지킨 슈퍼 파워
여전사들
핀란드 여성 적위대 : 불평등에
도전한 좌파 투사들
과학자 스쿼드
아난디바이 조시, 사바트 이슬람블리, 케이 오카미 : 서양의학을 공부한 최초의 동방박사들
애든버러 세븐 : 영국 최초의 여자
의대생들
남극대륙의 과학자들 : 지구의 끝을
탐사한 연구팀
웨스트 에어리어 인간 컴퓨터 : 인류를
달에 보낸 흑인 여성 수학자들
예술가 스쿼드
트로베리츠 : 중세 프랑스를 열광시킨
페미니스트 음악가들
블루스타킹협회 : 런던의 여성 문인들
살로메 유레냐와 ‘인스티투토 데
세뇨리타스’ : 도미니카공화국의 혁명적 여성 작가들
조라 오케스트라 :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합주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예술과 일상 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 여성팀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로 어느 한 시기에 편중되지 않았으며, 모든
대륙에 걸쳐 소개되어 어느 한 대륙 혹은 국가에 치우치지도 않고 소개되었다
.
한국어판이다
보니 ‘해녀’가 먼저 소개된 듯하지만, 걸 스쿼드의 첫 사례로 ‘해녀’를
접하고 나니 ‘해녀’야 말로 삶의 공동체로서 진정한 걸 스쿼드가
아닐까 싶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해녀’라는 단어가 익숙한 만큼 ‘해녀’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걸 스쿼드>을
보니 그동안 표상적인 것만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해녀는 신화 속 인어의 실제’라는 표현이 해녀에 대해 너무도
깔끔하게 정리한 듯해마음에 들었다. 호흡장치 없이 깊은 바다에서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해녀’. <걸 스쿼드>는 과거에는 물질하는 남자, 해남도 있었으나, 여자만 물질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며, 물질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를 해녀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해녀들의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인어는 실제로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의 한국의 화산섬 제주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 그들은
엄청나게 용감한(그리고 엄청나게 노련한) 프리다이버들이다.
‘해녀’라고 불리는 이들은 신화 속 인어들보다 훨씬 억세다.(15쪽)
해녀들은 바다를 채취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꾸어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지혜를 세대에 걸쳐 전승해왔다.(25쪽)
여자들만 잠수를 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영향도 적지 않다(…)
남자와 여자가 옷을 벗고 함께 물질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교원칙(…)
제주 사람들이 섬을 떠나는 것을 금지(…)
전복과 해초로 대단히 많은 진상품을 바쳐야 했는데,(…)
남자들이 전쟁에 징집되거나 어업 사고로 죽는 일이 잦았고,
여자들은 본토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금지됐다.(22쪽)
<걸 스쿼드>에 소개된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개의 이야기는 최근 영화로 먼저 접한 이야기여서 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첫
번째는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사>로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영화에서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여성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걸 스쿼드>는 긴즈버그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으며, 이들이
팀으로써 미국 사회의 차별을 깨는 데 의미 있는 판결과 의견을 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소니아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열정을 결코 잃지 않았다.(…)
그녀는 대법원 판결문에 “불법 이민자” 대신에
“서류 미비 이민자”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기도 하다.(126~127쪽)
“차별금지법의
지형을 바꿔놓은”(…) 루스가 ‘레디베터 대 굿이어 타이어회사’ 판결에 대해 쓴 반대의견을 “이 세상의 가장 감동적인 반대의견”이라고 표현했다.
이 소송은 2009년 릴리 레드버터 공정임금법을 낳았다.
동등한 임금을 얻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에서 기념비가 될 만한 법이다.(134~135쪽)
두
번째는 영화 <히든 피겨스>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에서
잊혀진 여성 계산팀에 대한 이야기이다. NASA의 웨스트 에어리어 여성 계산팀 일원인 도로시 본, 캐서린 존슨, 메리 잭슨. 이들은
미국의 최초 수식어를 만들어 내며 미국의 우주선 발사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냉전이 절정이던 시절, 우주공간의 선점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을 넘어, 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미국과 자본주의 진영의 명운이 달린 경쟁이었다. 우주공간에서 미사일이 비처럼 내릴 것이라는 공포. 그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우주공간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최초로 우주를 유영한 포유류인 라이카(개), 최초로 우주를 유영한 사람 유리 가가린을 쏘아 올린 소련은
우주 경쟁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쏟아내며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고 연설했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내고 무사히 귀환시킴으로써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들은
유색인종으로 차별받는 가운데에서도 우주에서 재진입 발사지점과 착륙지점을 계산해냄으로써 우주경쟁에서 미국이 소련을 앞설 수 있는, 아니 미국이 우주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기여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가 50여 년이 지나서야 알려졌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들
중 한 명인 캐서린 존슨이 2015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다. 그녀의 나이 97세에…
영화에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종 차별이 없어지는 듯 묘사하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50여 년이 지나서야 훈장을 추서하는 상황, 그것도 유색인종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차별을 연대의 힘으로 넘었고,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을 깨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강하고 영리하며 놀랍도록 성실한 이 웨스트 에어리어 여성 계산팀은
미국 곳곳의 흑인 여성들이 수학자와 동료 학자이자 직장 동료로서
진지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문을 열었다.(…)
그들 팀의 연대는 비길 데 없었고 놀라웠다.(…)
웨스트 에어리어 계산원들은 자매 같았다.
그들의 자녀들도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267쪽)
<걸 스쿼드>를
통해 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내용들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시각으로 그려지고,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시각은 가려져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편향된 시각이 의도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의도와 무관하게 인간의 존엄을 해치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해친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다양성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건 반민주적 행동이라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책 한권으로 모든 편견을 깼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차별에 대해 눈떴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걸
스쿼드>를 통해 내 주변에서 의식하지 못한 차별이 있는지, 혹
내 행동에 또는 내 말 속에 차별이 담겨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절친한 여자 친구들에게만 문자로 보낼 수 있는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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