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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민음사, 2019
파산한 지자체를 인수한 기업이 운영하는 도시국가.
그 국가의 주민권을 가진 'L'과 주민자격은 없지만 체류권을 가진 'L2',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사하'. 도시국가는 이렇게 세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사하맨션>은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점점 작아지는 지방권력과 경제력 집중 및 멈추지 않는 자본증식으로 점점 강해지는 경제권력에 대한 미래상이라 할 수 있다.
세 단계로나뉘어진 계급은 현재의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자 그중에서도 일을 하고 싶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실업자로 읽힌다.
자본주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부랑자로 취급하여 교도소에 수감했다. 다음의 노동을 위해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을 만큼의 시간동안 일하고,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구속되지 않은 삶을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했다. 공유경제를 해체한 인클로저운동은 농촌의 무산농민을 도시의 빈민노동자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는 임금은 더욱 싸게, 노동강도는 고되게
만들었다. '사하'들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지금은 일하지 않는다고 하여 수감하는 일은 없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의 일원이 아닌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현상은 울타리 없는 감옥에 수감하는 것과 같다. .
이런 힘든 삶 속에서도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촘촘한 그물망처럼 깔린 기성 권력의 힘이 여전히 공고하다.
그래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건 여기까지 온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 놓지마. 이대로 놓아 버리기엔, 여기까지 온게 너무 아깝다.(P65)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 한 가지 때문에 내 인생이 통째로 후회된다.(P76)
그런데 잃을 것도 없는 우리는,
왜 저런 짓을 못 하나 모르겠다.
나비 혁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네.(P79)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거나 누가 나를 해칠 것 같다는 뜻이 아니야.
그냥 나는 여기서 살 수 없는 사람이이야.
아가미가 없는데 물속에서 살 수는 없잖아.
그 물이 설사 깨끗하고 따뜻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그런 거잖아.
아예 못 사는 거잖아.(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