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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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쌤앤파커스, 2019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무한경쟁의 시대라 부른다.

총칼을 앞세운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시대를 지나 맞이한 자본우위의 무한경쟁 시대.

이념에 따라, 우열에 따라 살육이 정당화되던 야만의 시대(?)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면,이 후 펼쳐지는 시대는 이념으로도 우열로도 편가르지 않는 세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간 개인간의 생물학적 우열이라는 이분법이 성공과 실패라는 또다른이분법으로 재포장되어, 성공한 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정당화 되는 승자독식 무한경쟁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무한경쟁 시대에서의 실패는 모두 개인의 노력 부족,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쉽게치환된다. 사회의 시스템이 기울어진 운동장일지라도 결과적 실패는 개인의 잘못으로 귀결된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야만의 잣대로 개인을 평가하고, 대부분을 실패자, 낙오자로 몰아넣고, 그 책임을 개인화하는 사회에서 정신적 내상를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아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패자, 낙오자는 재기할 수 조차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공동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에 의지하면 버티고 있는 사람이 다른 이의 손을 잡아주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메마름과 각박함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무한경쟁 시스템의 힘.


그러한 힘이 대한민국을 자살공화국으로, 헬조선으로, ‘이생망의 슬픈 자조를 읊조리는 우울공화국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원장과 박종석 원장은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를 통해 우울증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고, 나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번째를 차지한다. ()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질병.()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그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P7)


남들이 부러워하는 돈과 명예를 가졌을지라도, 무한경쟁이라는 굴레에서는 1등이 아닌 이상 경쟁에 뒤쳐지는 낙오자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1등이라는 우월감도 있겠지만, 더 이상 성취하고 하는 목표가 없다는 허무함으로 마음의 병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무한경쟁이란 결국 1등이 없는 세상과도 같다.


우울증은 매우 고통스러운 병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뿐이고
스스로 몸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사고의 기능과 신체의 기능이 마치 모터가 꺼진 듯 멈춘 상태로,
모든 정신과 신체 기능들이 슬로 비디오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가게 된다. (P6)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원장과 박종석 원장은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에서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우리의 마음을 병들고 아프게 하는 21가지 증상에 대해 실제 상담 사례와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 좋은 결과는 우연, 바쁜 결과는 내 탓인 우울증

- 과도한 기쁨과 과도한 우울의 위험한 널뛰기. 조울증

- 죽을 것 같은 갑작스런 공포, 공황장애

- 고통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우울성 인격

- 열심히 잘 하려는 함정에 빠진 번아웃 증후군

- 몸은 천근, 머리는 만근 만성피로 증후군

- 상상의 성에 갇힌 가짜 스타 허언증

-  불행을 행복하게 분칠하는 현실부정

- 병적인 완벽주의 강박증

- 불안감이 자라서 병이 된 불안장애

- 내 쌂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의 반복, 무기력감

- 자신을 해치는 잔인한 칼날 자해

- 당신의 욕심을 아이의 꿈으로 포장하는 부모의 욕심

- 우울과 화가 쌓여 한이 되는 화병

- 음식을 절대적으로 거부하거나, 절대적으로 탐닉하는 섭식장애

- 세상의 모든 불행을 스스로 떠 안은 성공 후 우울증

- 함께이길 간절히 소망하는 외로움

- 참고 참은 눈물은 결국 나를 공격 울지 못하는 사람


여기에 담기 사례는 분명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도, 내 가족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늘 이러한 고민과 번뇌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나약함으로 비춰지는 것이 두려워 속시원히 드러내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나쁜감정이란 것은 없다고 봐요.
단지 어떤 감정이든 그 정도가 지나쳐서 스스로 조절할 수 없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죠.
감정은 자기 안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예요.
때문에 그 감정들을 해결하려면 일단 그 감정을 직시해야 합니다.(P135)


부정적인 감정을 그때그때 건강하게 배출하지 못하고
안에 쌓아만 두면 덩어리가 되어 마음의 독소가 될 수 있어요.
우울증, 화병, 신체적 증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죠.(P136)


우울증은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고, 남과 나를 비교하는 가운데, 나를 과소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고 열등감을 갖게 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나를 위한 독서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인스타그램 피드에 대해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고, 그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뜨끔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냉정하고 변덕스러우며 굉장히 피상적이기 때문에
사진과 글에 엄청나게 감동을 하거나 실망을 하지 않는다.
? 좀 괜찮네싶으면 예의로 혹은 의리로 좋아요를 누를 뿐
타인의 삶에 대단히 많은 관심을 보이거나 시간을 쏟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즐거워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으며,
더군다나 그게 내 자존감의 척도가 되어서도 안 된다. (P103)


주변에서 직장생활로,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나역시 위로한다면 노력하고 있으니 괜찮아질 거야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도 이야기했었다. 그것이 내가 할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괜찮아 질거야라는 이야기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말이라고 한다.


불안하고 싶어서 불안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불안해하지 마.”라는 말은 정말 그 사람의 불안을
하나도 공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오는 말로,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찮아질 거야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미 공황장애, 강박증, 외상 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일 년이 지나도 오 년이나 십 년이 지나도 괜찮지 않아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괜찮아질 거야와 같은 위로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말이 된다.(P150~151)


김혜남 원장은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희망을 끝을 놓치 않으면 밝은 빛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서 매일 조금씩 변하는 것이야 말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희망의 끈만 놓지 않으면 그날은 반드시 온다.(p9)

김혜남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바로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는 말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아주 조금씩 매일 변하는 것이야 말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P261)


이 야만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위해 지금 내 주변에 마음의 고통으로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함께 이겨자고 이야기해야겠다. 실패는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개인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님을 믿고 나부터 무한경쟁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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