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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2 ㅣ 우리, 독립출판 2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9년 4월
평점 :
『우리, 독립출판 2』, 북노마드 편집부 지음, 북노마드, 2019
독립출판, 독립서점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상업적 레토르로 들려 불편함이 있었다. 아니
내가 가진 편견때문에 불편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10여 년전 회자되던 인디라이터나 3~4년전의 1인 출판이라는 용어에 독립운동 백주년을 즈음하여 결연함을
더해 거창함으로 포장한 기성 출판, 대형 서점의 상업 시스템에서 만들어낸 조어일 것이라는 편견이 불편함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 독립출판 2』를 읽고
모든 것이 내가 가진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데 내가 꼭 그런 꼴이었다.
『여기, 독립출판2』에서 6명의
작가가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 이야기를 들으며 시대 변화에따라 출판시장도 변했음을 알게 되었다.
소수의
편집자와 출판사, 대형서점으로 과점된 상업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아도 개인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개인적인 언어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소수의 독점구조를 깨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기득권은
무엇을 행함으로써 권력을 과시하기 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힘을 행사한다. 소수의
편집자, 출판사가 과점된 출판 시장에서는 잘 팔릴 주제의 책, 잘
팔린 책을 쓴 저자의 책만이 선택될 확률이 높다.
일반인이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를 개인적인 언어로 쓴 이야기라면 기존의 상업 시스템에서는 책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가 개인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생겼다.
대체로
평균적 인간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대부분 평균적 인간과는 다른 사람이었고, 그 평균적 인간과 나의
괴리감이 나에 댛대한 자존감을 낮추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자기개발서나 흔한 성공 스토리의 책들은 읽지 않았다. 평균 이상의 사람이 쓰는 평균적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남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개인적인 언어로 접하면 이러한 평균적 인간과의 괴리를 줄이고, 다른 이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어 깊이 공감할 수 있어,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이 주는 동질감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들이 독립출판, 독립서점,
개인미디어라는 시스템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흔히
역사는 사건의 연속이라고 한다. 연대순, 연도순으로 사건을
연결하고, 그 시대의 통치자가 만든 제도로 역사를 이해하곤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개인의 이야기는 역사로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사건도 역사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도 역사이다. 그러한 평범한 일상이 점에서
선으로 연결될 때 과거의 역사가 현재가 되고, 현재의 역사가 미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개인의 언어로 쓰여진 이야기가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는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이 아닌, 당당히 기성 출판 시스템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 독립서점에 들러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탐독해야겠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쉽잖아요.
특히 출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기록이 책이 되는 과정을 겪고 나니
이제는 ‘어떤 것도 책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규림, P17)
도쿄규림일기도 아주 사사로운 개인 이야기예요.
나중에 누가 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쓰는 게 재미있어서 혼자 신나서 썼어요.
그런데 하는 사람이 신나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도 느껴지잖아요. (김규림, P25)
책을 만들고 나서 정체성이 단단해졌어요.
독립 출판을 시작하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며 저에 댛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죠. (김진아,
P42)
저도 “노력하면 다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그런 생각들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아, 나는 노력이 부족하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나만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꼭 모두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안 되는 이유가 매번 자신의 탓도 아닌데 말이죠. (김현경, P78~79)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야
사회적 편견이 걷히고 인식이 바뀔 수 있잖아요.
마음이 상처 나고 부러진 듯한 늒느낌을 받을 때
의지나 마음가짐으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백세희, P101)
첫 책을 내는 것이 ‘점’을 찍는 행위라면,
두 번째 책은 두 점을 이어 선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선이 생긴다는 것은 흐름이 생긴다는 것이고,
내 길이 생긴다는 겁니다. (서귤, P112)
독립 출판물은 누구나 좋아하면 그냥 하면 돼요.
독립 출판물이 숨구멍을 터주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사는 게 나무 빡빡한데 내가 이렇게 뭘 바라지 않고, 재미도 있고,
잘하고 싶은 게 있다는 사실이 위안을 주는 부분이 있어요. (유재필, P133)
분명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라는 것이다.
독서는 누구나 하려고 하는 것을 저어하게 만들고,
누구나 이미 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게 만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세상을, 국가를, 사회 체제를,
문화를, 삶을 생각하게 되어 있다. (윤동희,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