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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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다산북스, 2019

『나의 살인자에게』는 저자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가 친오빠 빌럼 홀레이더르를 법정에 세우기 까지의 이야기다. 빌럼 홀레이더르는 친구이자 매제인 코르를 포함해 많은 사람을 살인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의 범죄가 더욱 충격적인 건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가족도 살인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동생과 조카가 함께 탄 차량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선 태연히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이를 통해 돈을 요구한다. 몇몇은 남편을 살해하고 그 부인의 전 재산도 갈취하기까지 한다.


이들 가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글을 넘어 전해져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일 수도 있으나, 그 희생자가 남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되어 더욱 폭력적이되고 심지어는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행동이 사람이라기 보다는 짐승에 더 가까워 보인다.


외부와 고립된 가족 내에서의 폭력이 내재화되고, 스스로 합의화를 하면 자신들만의 이유와 근거로 가정폭력을 합리화, 내면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러한 과정이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폭력적인 가정환경 하에서는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동생이 자신과 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범죄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동생은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년여의 시간동안 증거를 수집하는 등 오빠를 고발할 준비를 한다. 배신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고발을 준비해가는 것을 보며 함께 조마조마하게 되었다.


남을 위해 오빠를 고발해야 하지만 조그마한 실수가 있거나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이 그릇될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중범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여동생들의 청부살해 지시가 성공했기에 저자는 여전히 살해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집 앞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주차된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살해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이겨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거처를 옮기라는 주변의 권유를 거부하고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랬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으나, 20여 년간을 산 동네에는 아는 사람들이 많아 낯선 사람들만 있는 낯선 곳 보다는 안전할 것 같아 계속 산다는 말에 수궁이 갔다.


가정폭력이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 아스트리드의 안전을 기원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없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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