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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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권기태 지음, 다산책방, 2019

 


소설 『중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하고 훈련하는 전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주인 지원자 4명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각자가 처한 입장과 생각의 차이를 보여 줌으로써 읽는 나로 하여금 전체 상황을 조망할 수 있어 깊이 빠져들어 읽었다.


우주인 선발. 아직은 일반들이지 자유롭게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시대가 아니므로 신체적 조건은 물론이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장기간 생활을 견딜 정신적 조건과 과학실험을 위한 지적 역량까지 갖춘 사람을 선발하게 된다.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어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듯 우주비행사가 아니어도 우주공간을 여행할 시대가 언젠가는 도래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이 접하기는 어려운 과정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하는 과정. 수많은 지원자 중에 최종 10인을 선발하고, 러시아 가가린센테에서 다시 4, 그리고 2, 최종 1명의 탑승자까지 피말리는 경쟁과정을 4인의 시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마치 내가 지원자인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실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이소연씨라는 것을 안다. 최초 탑승자는 고산씨로 확정되었으나, 러시아 가가린센터 교육과정 중 이소연씨로 바뀌었다는 내용도 안다. 왜 바뀌었는지도 당시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여 그 이유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헷갈리고, 최종 1인이 누구로 결정될 지 조마조마하며 읽었다.

 

최종 1인으로 좁혀가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선의의 경쟁으로 각자가 자신의 한계를 넘는 과정을 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열정만이 아닌 꿈을 향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현실의 무게로 인해 꿈은 꿈으로 남겨두고 일상에 일희일비하며 일상을 보내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꿈 없이는 가능성의 흥분이 생겨나지 않는다.
만일 내가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지녀야 할 것은
저 하늘 너머에 대한 상상이다
꿈을 꾼다는 것은 때때로 어이가 없고 게을러 보일지라도
자잘한 스케줄을 꼼꼼하게 짜는 일보다 훨씬 더 차원이 높은 것이다.(P38)

 


나 또한 무엇이 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인 지원자들이 한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했는지 스스로 묻고 안주하려는 나를 이겨내지 못한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그 결실까지도
반드시 맺고 싶은 것이다.
내 열정의 최고치를 반드시 갱신하고 싶은 것이다.(P39)

 


그러나, 최종 1인 선발을 위한 경쟁 과정은 지켜보는 나도 피말리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내 주변에 만연한 상대평가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주인공 이진우는 직장 내에서 평가, 승진, 보직 등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악착같이 남을 밟고 일어서려 하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내 주변의 많은 직장동료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직은 공정하고 객관적인평가라는 미명 하에 상대평가로 동료간, 조직간 경쟁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상대평가는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구는 진급대상자라서, 누구는 출신이 어때서, 누구는 출생이 어때서 등등 많은 사연들로 인해 결코 객관적이지 않은 상황들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상대평가는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방법일지 모르나 개개인을 평가한다는 관점에서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절대평가 방식에서는 각각의 개개인이 합격 또는 불합격의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식일수록 근거는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나, 정성적인 평가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지원자간 우열을 가리는 상대평가 방식이 진행된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예산과 비용을 이유로 상대평가를 선택하게 된다. 주어진 예산은 1명분이므로 우수한 10, 100명이 있어도 반드시 1명만 선발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평가 하에서는 선의의 경쟁은 없다.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이 못하는 것 또한 나에게 의미를 갖게 한다. 내가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만, 남이 더 잘하도록 도와주지 않아야 내가 앞설 수 있다.



세상은 끝없이 의심하고 싸워야 하는 각축장이 아닌가.
선량하게 책임을 다하려고만 하면 급소를 내보이는 곳이다.
회사에서 그토록 배우지 않았던가.
경쟁이 있는 동안에는 살얼음을 딛듯이 조심하고,
말을 겸손하게 아껴야 한다는 것을.(P245)

 


나의 선함과 악함이 원인이 아니라, 상대평가 방식이 갖는 시스템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사소한 실수도 너그러이 이해하지 못하고, 트집을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상대 잘못을 집어서 치게 되고,
예전 같으면 고개 끄덕끄덕하고 재밌어 하거나,
쑥스러워서 한번 웃고 말던 일인데도
집요하게 반론을 꺼내면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
추궁하듯이 그를 코너에 몰아세울 때도 있었는데
아무리 예의를 갖추고 차분하게 했어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P257)



하지만, 소설 『중력』은 이러한 경쟁상황에서도 남을 깎아 내리기 보다는 경쟁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마라톤이나 경보 같은 경기가 되기를 희망하도록 한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은 상대방이 치기 쉽게끔 서브를 넣지 않는다.
상대방이 도무지 칠 수 없는 빈 공간을 공략한다.
저 쪽의 좌절을 보면서 통쾌해하는 경기다.
하지만 마라톤이나 경보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해야 잘하게 되는
자기가 쓰러지면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는 남아서 최고치에 도전하는 경기다.(P310)

 


물론 우리는 직장에서는 좋은 평판을 위해 감정을 숨기고, 다른 생각과 관점을 숨기고 조직과 상사에게 순응하도록 요구받는다. 순응의 결과는 높은 자리로의 영전도 대단히 많은 보상도 아니다. 개성을 잃고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남게 된다. 별이 되고자 하나 순응하는 순간 스스로는 빛을 낼 수 없는 행성이 되고 만다.



봉급쟁이의 삶이란 지나간 다음에야
꽃 시절인 줄 아는 것.
퇴직하고 나면 벼랑의 낙화처럼 급전직하한다. (P107)

 


아랫사람들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만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높이 오를수록 아래를 더 무시하고 잔인하게 구는 사람들,
북돋고 끌어주기보다 자르고 떨궈내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이용해서 더 윗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켜주고,
미안함 없이 태연한 모습들.
그렇게 자리를 지켜봤자 고작 몇 달이나 몇 년에 불과해선지도 모른다.(P394)

 

 

소설 『중력』의 우주인 지원자 4인을 통해서 꿈으로만 가둬두었던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작은 걸음이나마 꾸준히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 주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내가 성장하는 길이고, 한낱 조직의 부속품이 되지 않기 위한 길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한 발자국씩 움직여서 꿈을 이루려고요.
당장 돈이 되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멀리 보면서 움직였다는 생각,
상상한 것을 확인하려고 때로는 목숨도 걸었다는 생각,
궁금한 것을 알아보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다 냈다는 생각,
그런 것 때문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요.(P164)



나는 승자가 아니라도 좋았다.
승자보다 더 승자다운 것, 승자의 됨됨이를 지니는 것,
그래서 미더움을 주고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이 더 소중했다.(P395)

 


승자보다는 승자의 됨됨이를 지니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갖고 꿈을 이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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