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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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했으니까 독서 일기도 부활입니다아아앗!!! 실은 힘든 수험 생활 중에 이런저런 책들을 미친듯이 읽어대었습니다만 포스팅도 못하고 해서 개요를 메모해서 간직해두었습니다ㅠㅠ

해서 미사사의 대표적 저서라고 할 수 있는 책, [치즈와 구더기]입니다.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기에 저는 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한 농민의 삶을 조명하는 줄 알았습니다마는 착각이었습니다. 이 책의 토대가 된 자료는 모두 종교재판소의 재판기록. 문제의 방앗간 주인은 터무니없는 문제인물이었습니다OTL

문제의 방앗간 주인, 별명 메노키오는(본명 잘 안 나옴=ㅅ=) 우주는 자연히 발생하였고 천사들은 치즈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것과 같이 탄생하였다는 독특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교조적인 중세 교회에서는 돌맞아 죽을 죄인입니다만, 더욱 과감하게도 그는 '내가 터키인으로 태어났다면 카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이 싫을 것이다'라는, 지금으로서는 극히 당연하지만 당시로서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상대주의적인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그의 문제적 신념은 여러 가지 있지만서도... 그의 가장 문제 행동은, 그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당연히 이단으로 판정된 그는 종교재판에 회부되고 그래서 전혀 특출날 것 없는 그의 생애가 현대에 간신히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의 행적을 읽으면서 어딘가 기시감이...

그래요, 마르틴 루터와 칼뱅을 닮았어요=ㅁ=/

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시의 교회에 품었을 불만은 거의 비슷비슷했을 것이고, 그런 덕분에 마르틴 루터와 칼뱅 그밖에도 메노키오와 기타등등인 사람들이 잔뜩 나타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무수한 사람들이 제나름의 틀림없는 이유와 신념을 가지고 교회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틴 루터와 칼뱅의 이름은 세세토록 하나의 신앙으로 남았지만, 메노키오의 이름은 이렇게 미시사라는 난해한 연구가 아니고서는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르틴 루터에게는 작센 공이라는 비호자가 있었지요. 칼뱅도 교육을 잘 받은 학자였고요.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한 방앗간 주인은 결국 이단자로 낙인찍혀 화형당하는 것이 잔인한 세상의 법칙인 것일까요?

아니- 하지만...

그래도 그의 믿음, 그 소박한 신앙은 지금 우리들에게로 분명히 전해졌으니까요.

단순한 우연일지라도, 역사의 희롱일지라도.

저는 당대 내노라할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믿음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혔던 메노키오의 이름을, 루터나 칼뱅과 다름없이 소중하게 대할 것입니다.

인간이 진심을 말하는 데에는, 힘이나 권력과는 상관없이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었다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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